수도권 전세값 크게 올라…매매가 70% 넘는곳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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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전세값이 계속 오름세를 보이는 가운데 매매가에서 전세가 차지하는 비중이 70%를 넘는 아파트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외환위기 이후 부모 집으로 합치거나 결혼을 미뤘던 젊은 층이 최근 다시 분가 또는 결혼에 나서 그만큼 전세수요가 많아졌기 때문이다. 재개발.재건축 사업 활기에 따른 주택철거로 이사수요가 많아진 것도 전세값 상승의 요인으로 꼽히고 있다.

예년의 예로 볼 때 전세가 비율 상승은 집값 상승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았다.

업계에 따르면 외환위기 전보다 30~40%가량 하락했던 서울.수도권 아파트 전세가격은 올들어 오름세를 보이기 시작해 최근 대부분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또 전세 매물 부족으로 거래는 부진하지만 호가는 계속 상승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업체 부동산114가 최근 서울.수도권의 아파트 6천3백85개의 전세가를 분석한 결과 매매가 대비 전세가 비율이 70%를 넘는 곳이 2백60군데로 나타났다. 이는 지난 1월보다 13배 늘어난 것이다.

이 회사 김희선 본부장은 "분당.일산 등 신도시 일부의 전세가는 이미 최고 수준이었던 97년 가격을 넘어섰다" 면서 "전세가 급상승이 매매가를 부추긴 지난 96년말~97년초와 비슷한 양상을 보이는 곳도 있다" 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은 "전세가는 매매가의 40~50%수준이 적절하다" 며 "전세가 비율이 소형 60%, 30평형대 이상은 50%가 넘어서면 매매가격 상승의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게 된다" 고 말했다.

전세비율이 매매가의 70% 이상인 곳은 대부분 30평형 미만의 (2백54개) 중소형으로 지역으로는 서울 노원.도봉구와 수원.안산 등지가 많았다.

심지어 분당 중탑동 매화 주공 3단지 11평형의 경우 6월 현재 매매가 5천만원에 전세 4천만원선으로 전세비율이 80%에 이르고 있다. 이 아파트의 지난 1월 전세는 2천5백만원선이었다.

중대형의 전세 비중도 50%선을 넘어서고 있는데 분당 32평형의 경우 양지마을 금호.청구아파트 등이 매매가격 1억9천만~2억원선에 전세가는 1억~1억1천만원을 기록하고 있다.

분당 신한공인의 김영호 사장은 "전세는 나오는대로 계속 소화되고 있어 매물이 매우 부족하다" 며 "전세가 상승이 한동안 계속될 것 같다" 고 말했다.

염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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