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신물나는 협상, 빨리 조사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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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중첩된 의혹사건의 와중에 서해교전이 터지고 금강산관광객이 억류되는 등 나라가 매우 어수선하다.

무언가 하나라도 빨리 매듭을 지어나가야 하는데 안으로는 '60억원 그림' 구입의혹이 새로 불거지고 북한의 행태는 갈수록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국민의 의혹과 불안을 풀어주고 북한의 도전이라는 새로운 변수를 맞아 우선 내정을 수습하는 데 총력을 기울여야 할 때다.

그러자면 당면 최대현안인 여러 의혹사건에 대한 국민 궁금증을 하루빨리 해소하고 전진의 기틀을 가다듬는 것 이상 급한 문제가 달리 있겠는가.

그러나 정치권은 여전히 정쟁에만 바쁘고 의혹사건은 하나도 풀리는 게 없다.

지금껏 여야는 의혹사건 처리를 놓고 자기주장만 고집하며 민심이 어떻게 돌아가든 세월이 얼마나 흘러가든 버티고만 있으니 정말 이래도 되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여야가 조금만 진지하게 접근한다면 의혹조사 문제는 어렵지 않게 타결 할 수 있다고 본다.

우선 여당이 한정적이나마 특검제를 수용했고, 야당도 이회창 (李會昌) 총재의 회견에서 전면적 특검제에서 3년 한시적 특검제로 후퇴했다.

절충이 가능한 바탕이 마련되고 있다.

따라서 국민회의측도 더이상 조사대상을 파업유도 의혹사건에만 국한하자고 해선 곤란하다.

더구나 야당이 불응하면 단독으로라도 실행에 옮기겠다고 으름장을 놓을 일은 아니라고 본다.

공동여당의 한 축인 자민련까지도 단독처리는 할 수 없으며 특검제를 전면 도입하되 이번엔 파업유도에만 적용하자고 하지 않는가.

국민회의측이 더 유연성을 보여야 한다.

더욱이 신동아그룹 최순영 (崔淳永) 회장의 60억 그림 구매의혹이 새로 제기되면서 의혹이 풀리기는커녕 심화되고 있다.

이런 상태를 대책없이 세월아 가거라 하는 식으로 방치할 수는 없는 일이다.

야당측도 각종 의혹을 정치공세의 호재로 삼는 정략적 자세는 옳지 않다고 본다.

국정조사와 특검제의 조건을 완화해서라도 빨리 의혹의 실제조사에 들어가는 것이 중요하다.

따라서 여야는 시간만 허비하는 협상을 집어치우고 하루빨리 조사에 착수해 국민의 궁금증을 풀어주는 국민 상대의 정치를 해야 한다.

특검제와 국정조사권 발동의 구체적 조건이나 협상내용은 이제 귀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별로 대단치도 않아 보이는 협상조건을 싸고 이견만 보이는 정쟁에 국민들은 신물이 난다는 반응이다.

여야는 더이상 시간을 끌지 말고 의혹사건 진상규명을 즉각 실천에 옮기는 모습을 보여야 할 때다.

정치권이 뭔가 매듭을 짓는 정치를 보여야 국민도 안도하고 생업에 매진할 수 있지 않겠는가.

여야의 빠른 행동을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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