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힙합음반 '어텐션'낸 듀오 투엠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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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언더' 와 '오버' 의 구분이 너무나도 확연한 한국 가요계에도 이런 구별법이 통하지 않는 무풍지대가 있다.

힙합이 바로 그런 경우. 최근 '어텐션!' 이라는 음반으로 데뷔한 힙합 듀오 '투엠씨' 는 방송 위주로 활동을 펼치면서도 신촌 '마스터플랜' 등 언더그라운드 무대에 자주 얼굴을 비추고 있다.

"우리 실력을 한번 알아보고 싶어서 가봤어요. 힙합 매니어들은 언더그라운드 클럽에 많거든요. " 형 격인 스티브 김 (21) 의 이야기다.

갓 가요계에 뛰어든 신인인 이들이 좋은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스티브 김과 리오 김 (19) 두 재미교포 젊은이가 3년 가까이 호흡을 맞춰왔기 때문. 둘의 인연은 96년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DJ경연대회에 함께 출전하면서 시작됐다.

여기서 작곡자 이윤상을 만났고 그의 주선으로 한국 가요계에 뛰어들게 된 것. 그동안 이들은 핑클.제이 등의 음반 작업에 참여했다. 이들이 추구하는 힙합은 다소 말랑말랑하고 부드러운 스타일이다.

과격한 메시지와 격렬한 박자 대신 이들은 미국의 퍼프 대디를 연상케하는 멜로디 위주의 힙합을 구사한다.

"데뷔하는 입장인 만큼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음악을 하고 싶었어요. 나이에 관계없이 즐길 수 있는 힙합을 지향합니다. " 미 서부풍 힙합곡 '내 친구야' , 밀레니엄 버그에 대한 경고를 담은 'Y2K' , 흥겨운 댄스리듬의 '파티' 등 모두 쉽게 들을 수 있는 곡이다.

특히 펑키 (funky) 스타일.디스코.힙합을 함께 뒤섞은 '팬터지' 는 이들만의 매력을 한껏 느끼게 하는 '잡종음악' . 특기할 만한 점은 미국에서 태어나고 자란 교포 2세 답지 않게 이들은 한국어로 랩을 구사한다는 것이다.

이번 음반에도 상당수 곡을 우리 말 랩으로 담았고 클럽 등에서 즉흥적으로 가사를 붙여 부르는 프리스타일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다.

"한국 힙합계에는 영어로 랩을 하는 '교포파' 에 대해 좋지 않게 보는 시각이 있다. 하지만 미국에서나 한국에서나 주류 취급을 해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교포는 '외계인' 같은 존재다. 우리도 국어로 표현하기 위해 노력 중이니 이해해 달라" 는 것이 이들의 메시지다.

문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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