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문.인터넷 통합전략 펼쳐야'-스위스 세계신문회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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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지난 13일부터 16일까지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세계신문협회 (WAN)에는 88개국의 신문 발행인.편집인.기자 등이 모였다.

참석자만 1천2백여명. 주최측은 "금세기 마지막, 최대 규모의 국제 언론행사" 라고 평가했다.

여러가지 의미를 지닌 행사였다.

우선 WAN은 언론의 자유에 대한 깊은 관심을 나타냈다.

뱅 브라운 WAN 의장은 "살해된 언론인이 98년 한햇동안 28명, 올해는 집계된 숫자만도 14명" 이라고 개탄했다.

이란의 팔레비왕 정권 아래서 8년간 옥고를 치르고 호메이니 체제에서도 박해를 받은 언론인 파라즈 사르코히에게 WAN의 황금펜상이 수여됐고, 중국 반체제 운동가 웨이징성 (魏京生) 의 특별연설도 있었다.

그러나 정작 행사참석자들의 시선을 모은 문제는 '정보혁명 시대에서 신문의 살아남기' 였다.

특히 뉴욕타임스 (NYT) 수석부회장인 마이클 골든의 강연은 큰 관심을 모았다.

그는 52차 신문협회 연차총회에서 인터넷을 비롯한 정보혁명 시대에서 NYT의 생존전략을 소개했다.

NYT 창업자 아돌프 옥스의 외손자이기도 한 그는 "신문과 출판.방송.인터넷 분야가 각각의 전략을 세워선 안된다" 고 역설했다.

오히려 "정보시장에 접근하는 단일전략이어야 한다" 는 게 그의 주장. 'NYT' 라는 브랜드 이미지를 앞세워 모든 정보시장을 석권한다는 개념이다.

그는 이같은 전략 아래 주력 매체인 NYT가 '전국지' 를 표방하고 있음을 소개했다.

우선 미국 신문시장에서의 위상을 굳건히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전국지 전략으로 지방지가 할거하는 미국 신문시장을 공략, NYT의 발행부수를 평일 1백10만, 휴일 1백70만부까지 늘였다.

각각 25만부, 30만부씩 늘어난 것이다.

물론 필진의 보강, 인쇄시설의 확충과 컬러면의 증면, 판매망 확대 등의 '투자' 가 뒷받침됐다.

그 영향은 사이버 스페이스에서의 신뢰증대로 이어졌다.

브랜드 이미지가 높아지면 홍수처럼 늘어나는 웹사이트의 바다에서 '신뢰할만한' 사이트를 찾는 네티즌들의 접속이 늘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 결과 NYT는 7백만명의 인터넷독자를 확보했다.

이중 1백만명은 해외에서 접속하고 있다.

해외접속자는 매일 4천5백명씩 증가하고 있는 추세. NYT는 이를 바탕으로 해외판을 발행할 방침이라고 골든 부회장은 설명했다.

3일간 계속된 연차총회의 주제는 '새 시대의 새벽 (The Dawn Of New Era)' .그러나 새 시대에도 NYT의 기본전략은 바로 '신뢰' 라는 고전이고, 이는 계속 유효함을 확인시켜준 강연이었다.

발행인 총회장 옆에서 열린 제6차 편집인 총회. 최근 급성장세를 보이고 있는 이탈리아 신문 '라 스탐파' (52만부 발행) 의 '새 시대에 발맞춘 제작방법' 이 소개됐다.

'라 스탐파' 편집진은 자신들의 전략을 '텔레비전 세대' 공략이라고 설명했다.

1면을 과감히 '컬러면에 큰 사진 게재' 방침으로 전환하고, 산뜻한 제목을 다는 데 공을 들였다는 것이다.

[취리히 = 김교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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