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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se-up] 초기버전 개발 참여한 조정후 UCLA 교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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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글로벌 금융위기의 진앙지로 그 후유증에 시달리는 미국에서 오히려 몸집을 키우고 직원을 뽑는 구글(Google). 스탠퍼드 대학원생들이 창고에서 시작한 조그만 벤처업체가 지구촌 사이버 공간을 쥐락펴락하는 세계 최대 인터넷 회사로 컸다. 구글은 16일 캘리포니아 마운틴뷰 본사에서 창립 11주년 기념연을 열었다.

그런 구글의 성공담을 10년 가까이 흐뭇한 한편으로 아쉽게 지켜보는 한국인이 있다. 이 회사의 창업 멤버가 될 뻔한 조정후(35·사진) 캘리포니아주립대 로스앤젤레스 캠퍼스(UCLA) 컴퓨터공학과 교수. 서울과학고와 서울대 물리학과를 졸업한 뒤 1996년 스탠퍼드 대학 석·박사 과정에 들어가 영재의 길을 걷던 그는 대학원에서 구글과 연을 맺었다. 공동창업자로 몇 년 후 억만장자가 된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은 한두 해 선배였다. 조 교수를 비롯해 서너 명이 검색엔진 개발에 관여했다. 98년 두 창업자가 학교를 중퇴하고 아예 벤처사업에 나서자 교수의 꿈이 간절했던 그는 구글과 결별했다. 2001년 박사 과정을 마치고 UCLA 조교수로 임용될 때만 해도 구글은 유망한 벤처업체 정도였다. 구글 창립 11주년을 계기로 14일 UCLA 인근 커피숍에서 만난 조 교수는 “후회는 없다. 하지만 구글이 잘된 걸 보니 뿌듯하면서 아쉽기도 하다”며 웃었다. 그는 미국 내 한국인 교수로 컴퓨터 공학 분야의 유망 전문가로 꼽힌다.

-검색엔진 개발에 참여한 경위는.

“스탠퍼드 석·박사 과정에 들어가니, 2년 선배인 페이지와 1년 먼저 입학한 브린이 검색엔진 개발에 참여하라고 제의했다. 구글의 검색엔진 초기 버전인 ‘백럽(BackRub)’은 학생들에게 인기를 끌어 대학 차원의 프로젝트로 추진됐다. 나는 웹문서를 모으는 ‘크롤러’ 쪽 개발을 맡았다.”

-당시엔 어떤 검색이 인기였나.

“야후·라이코스·알타비스타 같은 검색엔진이 속속 등장해 군웅할거했다. 이런 서비스는 사람이 콘텐트에 자의적으로 키워드를 정해 검색한다. 구글은 컴퓨터가 자동으로 원하는 정보를 찾아주는 ‘객관적’ 기술을 선보였다. ‘포털 회사가 아니라 네티즌이 원하는 답을 보여주자’는 게 구글의 정신이다.”

-구글 성공을 예상했나.

“구글이 회사를 차릴 때는 물론 2001년 UCLA 교수로 갈 때도 대박은 예상하지 못했다. (웃으면서) 지금 다시 결정하라면 주저 없이 구글로 가겠지만…. 교수도 만족스럽다. 인터넷 발전에 기여하는 건 같다.”

-창업자들과 교류가 있나.

“개인적 연락은 없다. 많은 사람이 초기 구글의 성공에 기여했다. 나도 그중 한 사람일 뿐이다. 하지만 인터넷 관련 학회에서 창업자들을 만나면 반갑게 인사를 나눈다. 초기 멤버란 사실을 떠들고 다니지 않아 나와 구글의 인연을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구글 검색의 특징은.

“정보의 객관화와 자동화다. 주관적인 면을 최소화하고, 컴퓨터 스스로 정보를 찾아 들어가는 방식이다. 가령 구글 사이트에 광고를 많이 하는 콘텐트라고 달리 대접하지 않는다. 고객이 원하는 정보를 순서대로 보여줄 뿐이다.”

-한국의 검색엔진을 평한다면.

“정보의 순위를 자의적으로 재단하는 면이 있는 것 같다. 원본 그대로 검색하는 구글과 달리 사람이 키워드를 입혀 관리한다. 광고주에게 인기를 얻을지 모르지만 네티즌의 신뢰를 잃는다.”

-사람 개입이 없는 검색이란 구체적으로 뭔가.

“(노트북으로 구글 맵을 보여주며) 실리콘밸리 인근의 주요 도로 중에서 빨간색 표시의 구간이 나온다. 교통 체증이 심한 곳이다. 사람이 일일이 정보를 입력하는 게 아니다. 자동차 안에서 아이폰 등으로 무선 인터넷을 쓰는 데이터를 컴퓨터가 실시간 분석한 것이다.”

-구글 정보가 정부의 데이터보다 빠르다는데.

“신종 플루도 감염 경로를 정부가 발표하기 전에 구글이 더 빨리 알려준다. 신종 플루 감염 걱정을 하는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관련 검색을 한다. 그러면 어떤 지역에서 신종 플루 검색이 몰리는지 컴퓨터가 집계해 위험지역 정보를 낼 수 있다. 정보의 출발점인 네티즌을 실시간으로 자동 분석하면 가장 빠르고 정확한 검색이 된다.”

-인터넷 검색의 미래는.

“주관이 개입하지 않는 실시간 정보와 모바일 인터넷, 필요한 정보를 골라내는 필터링 세 가지 방향을 꼽을 수 있다. 모바일 인터넷은 좀 전 사례처럼 고급 정보의 원천이다. 또 정보의 홍수 시대에 콘텐트 자정 노력과 필터링이 중요하다.”

-요즘 추진하는 프로젝트는.

“자세히 말할 수는 없지만 미국 과학재단과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다음·엔씨소프트 등과 일한다.”

로스앤젤레스=이원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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