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달라이 라마의 祈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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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근래 미국인들은 불교에 깊은 관심을 갖고 있다.

참선을 생활화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으며, 불교 교리를 가르치는 라디오.TV프로그램도 있다.

프로농구팀 시카고 불스 선수들은 시합 전 참선으로 정신을 집중한다.

영화배우 리처드 기어는 지난해 '2년내 출가' 를 선언했을 정도로 독실한 불교신자다.

기어는 할리우드에 티베트불교 열풍을 몰고온 주역이다.

미국에 불교를 전파한 것은 1930년대 일본인 승려였다.

그러나 현재 미국을 휩쓸고 있는 것은 티베트불교다.

많은 젊은이들이 티베트를 정신적 이상향으로 생각한다.

티베트불교에 대한 열기는 자연스럽게 달라이 라마에 대한 존경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9년 달라이 라마의 노벨평화상 수상과 영화 '티베트에서의 7년' 과 '쿤둔' 은 달라이 라마의 인기를 폭발적으로 높였다.

달라이는 몽골어로 '큰 바다' , 라마는 티베트어로 '뛰어난 스승' 이란 뜻이다.

달라이 라마는 16세기 이래 티베트불교의 정신적 지도자이자 티베트의 최고 통치자였다.

현재의 14대 달라이 라마는 1935년 중국 칭하이 (靑海) 성 (省)에서 티베트인 농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2세 때 13대 달라이 라마의 환생 (還生) 으로 인정받았고, 4세 때 수도 라싸의 포탈라 궁전에서 정식으로 달라이 라마가 됐다.

18세기 이래 청나라의 지배를 받아온 티베트는 1911년 청나라가 망하면서 독립을 얻었다.

그러나 중국에 공산정권이 들어선 후인 51년 다시 점령됐다.

59년 티베트인들은 중국의 탄압에 맞서 일제히 봉기했다.

이 과정에서 3천여개 사찰이 파괴되고 1백2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달라이 라마는 인도로 탈출, 다람살라에 망명정부를 세웠다.

달라이 라마는 폭력을 철저히 배격하는 무저항주의자다.

중국에 대해서도 티베트의 분리독립 아닌 종교.문화의 자유가 보장된 자치를 요구한다.

그러나 중국은 이를 거부하고 탄압정책으로 일관하면서 대대적인 한족 (漢族) 이주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중국은 오는 2020년까지 6천만명 한족을 티베트에 이주시킬 방침이다.

그렇게 되면 6백만명에 불과한 티베트민족은 사라져버릴지도 모른다.

범종교회의 참석차 예루살렘을 방문한 달라이 라마는 지난 14일 이스라엘민족 성지 (聖地) 인 '통곡의 벽' 에 자신의 기원문을 써 넣으면서 "중동평화는 더 많은 결단과 인내로 얻어질 수 있다" 고 말했다.

티베트에 평화가 찾아오려면 얼마나 더 많은 결단과 인내가 필요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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