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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해 교전' 미국.일본.중국 전문가 분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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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미국.일본.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서해 사태를 ▶한국정부의 햇볕정책의 시험 ▶해상의 새 국경선 획정 ▶평화협정 체결을 위한 미국 끌어들이기 등을 위한 계산된 행동으로 분석하고 있다.

◇ 미국

미국측 전문가들은 이번 북한군의 도발이 차관급 남북협상을 앞두고 벌어졌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미국 평화연구소의 스콧 스나이더 연구원은 "북한이 협상과 도발을 동시에 구사하는 것은 페리가 제의한 대북 포괄협상안과 관련한 한.미의 의중을 떠보기 위한 것" 이라고 분석했다.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 대사도 "북한은 대외협상에 유연한 입장변화를 보일 때면 으레 강경조치를 선행시키곤 했다" 고 진단했다.

차관급 협상에서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겠다는 속셈이 있다는 것이다.

미 의회 입법조사국 (CRS) 의 신인섭 분석관은 "모호하게 규정된 북방한계선 문제를 향후 대남 혹은 대미협상의 의제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것" 이라고 말했다.

보수진영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리처드 아미티지 전 국방차관은 이번 사태와 관련, 햇볕정책의 근본 약점을 지적했다.

그는 "햇볕정책이 애초 한국정부의 대북카드를 모두 북측에 내보임으로써 정책의 성패를 김정일에게 맡겨놓았다" 면서 "때문에 한국정부는 북한의 행패에 대해 단호한 조치를 취하기 어려운 실정" 이라고 말했다.

◇ 일본

오코노기 마사오 (小此木政夫) 게이오대 교수는 "도발의 직접적인 배경은 남북간에 명확히 획정되지 않은 북방한계선을 분쟁화해 향후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차지하려는 데 있다" 고 말했다.

이는 96년 북한이 판문점에서 무력시위를 벌여 정전협정을 무력화하려고 했던 것과 맥을 같이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번 사태가 대규모 군사충돌로 확대될 가능성은 작다고 오코노기 교수는 전망했다.

스즈키 노리유키 (鈴木典幸) 라디오프레스 이사는 "현재의 정전협정 체제의 불안정성을 부각시켜 한국을 배제하고 미국을 대화의 장으로 끌어들이려는 게 북한의 의도" 라고 지적했으며 이즈미 하지메 (伊豆見元) 시즈오카현립대 교수는 "군사적 긴장조성을 통해 남북회담에서 논의될 이산가족.경제교류 문제를 회피하려는 북한의 양면전략" 이라고 분석했다.

◇ 중국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오는 21일부터 베이징 (北京)에서 개최되는 남북한 차관급 회담의 주요의제인 이산가족 문제를 지지부진하게 이끌어가려는 포석으로 보고 있다.

한국에서 비료를 받는 것만으로 이산가족 상봉을 허용할 경우 북한이 손해라는 계산 아래 차관급 회담의 발목잡기용이라는 분석이다.

이들은 한반도에 적당한 긴장이 유지돼야 북한정권의 존립에 유리하다는 계산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평양특파원을 지낸 한 중국기자는 "북한이 햇볕정책에 따른 주민들의 기강해이를 막으려는 정신무장 차원에서 일어난 사건" 이라고 말했다.

워싱턴.도쿄.베이징 = 길정우.오영환.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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