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미술대전' 수상.입선작 호암갤러리 전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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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0면

중앙일보가 주최하고 삼성미술관이 후원, 삼성생명.삼성전자가 협찬한 국내 최고 권위의 미술 공모전인 제21회 중앙미술대전 우수상에 회화 부문에서 한효석 (27) 씨의 '21세기에는 없었던 것들Ⅱ' 등 5편과 조각 부문에서 장지영 (30) 씨의 '공간이동' 등 3편이 선정됐다.

그러나 이번 대전에서는 대상 수상에 걸맞는 작품이 없어 대상작을 내지 못했다. 대상작을 못낸 것은 지난 93년에 이어 두번째다. 올해 중앙미술대전에는 회화 부문 5백18명과 조각 부문 71명 등 모두 5백89명이 응모해 3백34명이 본선에 올랐다.

우수상에는 상금 각 5백만원이 주어지며 시상식은 23일 오후 3시 중앙일보 L1 세미나홀에서 열린다. 우수상 8편과 특선 11편을 포함한 수상작과 입선작은 23일부터 7월 4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전시된다.

기선민 기자

[심사평]

*** 회화

예선을 통과한 4백54점의 작품 중 수상작을 포함한 56점을 입선작으로 선정했다. 출품작 대부분이 캔버스에 혼합매체를 사용한 작품이었으며 종이에 수묵을 사용한 작품은 현저한 열세를 보였다.

화풍 상으로는 추상표현주의적.앵포르멜적 작품이 압도적이었으며 후기인상파.입체파.야수파 등의 경향을 보이는 작품도 출품됐다.

1950년대 중반을 전후해 시작된지 약 반세기가 경과한 현 시점에도 추상의 열풍이 여전히 강세를 보이면서 한국 현대화단의 주된 형식으로 고착돼온 것을 볼 수 있었다.

현대적 조형 감각이나 주제의식, 표현기법 상의 완성도 등의 선정 기준을 추상과 구상에 공통적으로 적용했으나, 추상 작품이 많이 선정된 것은 구상 작품의 수가 현저하게 적었을 뿐만 아니라 표현 기법에서도 새로운 조형성을 제시해준 작품이 눈에 띄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상 작품이 화단에 미치는 파급 효과를 고려해 최종 우수작을 선정하는데도 수묵화와 혼합재료 작품, 추상과 구상 작품과의 균형을 감안했다.

아쉽지만 금년도 대전에서는 대상을 선정하지 않기로 했다. 동시대적이면서도 한국 전통을 인식하고 아울러 작가 자신만의 고유한 주제 정신과 조형 언어를 갖춘 작품이 새로운 천년에 출품될 것을 기대한다.

정형민

<서울대 교수.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 조각

이번 조각 부문 본선에 진출한 작품은 모두 38점이다. 이 가운데서 김서경.이현우.장지영 세 사람의 작품이 우수상 수상작으로 선정됐다.

수상작을 포함, 응모한 작품들의 일반적 특징은 스테인리스 스틸같은 신소재를 많이 다루고 있다는 점과 기하학적인 공간 구축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점이다. 말하자면 건축적 구조 원리가 많은 응모자들에 의해 응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건축은 네 개의 벽과 지붕으로 구성된다. 조각은 이러한 공간 속에서 하나의 덩어리로 그 존재의 이유를 획득하면서 출발했던 것이었다. 그 덩어리는 모양과 뜻을 하나로 아울렀던 것이었는데, 현대 조각은 이 변증법적인 관계가 분리되면서 출발했다고 볼 수 있다.

'뜻' 에 관심있는 조각가는 원생 조각 (아르카이즘) 을 추적했고, '모양' 에 관심있는 조각가는 앞에서 말한 건축적 (구조적) 인 설계에 관심을 둔다고 말할 수 있다.

우수상 수상작들에게 아쉬웠던 점이자 여기서 문제로 생각되는 것이 현대 과학기술이나 신소재 등을 응용해서 새로운 가능성만을 탐색할 때 그 앞에 뜻밖의 함정이 있다는 것이다.

조각은 어디까지나 시상 (詩想) 을 생명으로 하는 것이며, 그렇지 못할 경우 원소재 (原素材) 의 혼란만을 야기하기 때문이다.

유준상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 운영위원

최만린 (국립현대미술관 관장.서울대 교수) 황영성 (조선대 미대 학장) 박석원 (홍익대 교수.한국미협 이사장) 원문자 (이화여대 교수).송미숙 (성신여대 교수.삼성미술관 자문위원)

◇ 심사위원

▶예선 = 석철주 (추계대 교수) 문봉선 (인천대 교수) 서용선 (서울대 교수) 지석철 (홍익대 교수) 강태희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 강대철 (조각가) 문주 (서울대 교수) 강선학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연구관) ▶본선 = 이규선 (이화여대 교수) 이숙자 (고려대 교수) 권순철 (화가) 최영훈 (조선대 교수) 정형민 (서울대 교수.예술의전당 전시예술감독) 김인겸 (조각가) 박충흠 (이화여대 교수) 유준상 (서울시립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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