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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정체성 다룬 번역서 '여성과…' '…자유' 나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여성성' 정체의 기점은 어디인가.

남성인가 아니면 여성 그 자체여야 하는가.

'인간은 만물의 척도다' 라고 말한 프로타고라스 (BC 485~410) 의 정의는 곧 남성을 기준으로 삼고 있는 명제로 지금도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의식의 하나다.

인류는 이런 대전제를 바탕으로 지금껏 '여성은 남성과 정반대이며 불완전하다' 거나 '여성은 남성과 정반대이지만 남성보다 우월하다' 란 팽팽한 주장들을 벌여왔다.

그러나 최근 페미니스트 논쟁에서는 관습이 낳아온 남성우월주의에 대한 비판이 주목을 받아왔다.

예컨대 의학에서 남자의 몸을 진단의 기준으로 삼아 여자의 몸은 적절하게 치료받지 못한다거나 정신적인 기분의 변화를 월경주기나 여성 호르몬 탓으로 돌려지는 것들은 과학적으로 타당하지 못한 연구들이 허술하게 남성우월주의를 포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 사회심리학자 캐롤 타브리스의 저서 '여성과 남성이 다르지도 똑같지도 않은 이유' (번역집단 히스테리아 옮김.또 하나의 문화.1만2천원)가 새삼 관심을 끄는 것은 기존의 논쟁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여성이 더 낫다' 는 문화페미니즘까지 비판하고 있다는 점이다.

문화페미니즘이란 여성적인 것, 여성의 경험.인식.감성이 가치있는 것으로 인류 전체의 대안이 될 수 있다는 주의를 말한다.

단지 남자라는 이유로 남자들이 가진 우월성 (?) 을 획득하기 위해 여자들이 스스로 여성적 미덕을 찬양하고 새로운 가치를 모색하려는 시도는 심리적 위안을 얻으려는 것에 불과할 뿐 실제적 변화를 위해서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그러면서 들고 있는 한 예가 이런 것이다.

남자들이 따먹기 좋은 포도를 먹기 위해 팔짝팔짝 뛰어오르는 삶도 딜레마의 연속이지만 그 포도는 실제로 신 포도라고 주장하는 게 문화페미니즘이며 이것 역시 문제라는 것.

저자는 페미니스트들이 이런 한계를 적극적으로 재검토해줄 것을 요구하면서 "세상을 대립물들로 이루어진 것으로 보고 싶어하는 유혹에 저항해야 할 것" 이란 대안을 제시한다.

'여성과 남성이…' 와 함께 출간된 '길들일 수 없는 자유' (주자네 헤르텔 외 지음.김경연 옮김.여성신문사.9천원) 는 남성들만의 전유물처럼 여겨지는 탐험이란 분야가 결코 그들만의 것이 아니었음을 보여주는 책으로 부풀어진 남성우월주의를 향해 '여자도 할 수 있다' 는 '선언적인 의미' 를 담고 있다.

특히 청소년들의 성 역할행동에 대한 편견을 지우는데 도움이 될 만한 글들이 실렸다.

독일 청소년 문학상을 받기도 한 이 책은 구한말 국내를 비롯, 일본 홋카이도에 간 첫 외국여성으로 기록된 이사벨라 버드 비숍 (1831~1904) , 유럽 대륙을 횡단해 동방을 여행한 최초의 서양 여성 중 한 사람인 레이디 메리 몬터규 (1689~1762) , 아프리카 탐험대를 이끈 세계 최초의 여성 메리 프렌치 셸던 (1848~1936) 등 10명의 여성탐험가에 대한 삶의 기록으로 금기와 속박의 시대에 현대적 사고를 행했던 점을 부각시키며 널리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성의 또 다른 면모를 보여준다.

신용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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