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북은 국제법을 어기고 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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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7일부터 북한측이 남북한 서해경계선인 북방한계선 (Northern Limit Line) 을 넘어 긴장을 고조시키고 교전까지 벌어졌다.

북방한계선은 1953년 휴전협정에 서해의 해양경계선이 규정돼 있지 않기 때문에 휴전협정의 구체적 이행을 위해 유엔군 사령부측이 휴전협정 체결 후 즉시 마련해 북한측에 통보하고 북한측이 이의없이 받아들여 오랫동안 양측이 준수해 온 경계선이다.

북방한계선이라고 한 것은 우리 해군함정의 경비활동과 관련, 북방한계를 정한 데서 유래한다. 우선 북방한계선이 남북한의 경계선으로 국제법상 타당하다는 것은 다음과 같은 몇가지 이유로 명백하다.

첫째, 1953년 휴전협정에서 정한 해양경계선 획정의 원칙을 보면 육지나 섬을 기초로 그 인접수역을 존중하고, 6.25 전에 어느편 관할하에 있었는지를 존중하기로 하고 황해도.경기도 경계선의 서쪽과 북쪽에 위치한 섬들 중 5개 도서군은 한국측에, 나머지 섬들은 북한측에 귀속시켰다.

그런데 서해 5개 도서군은 6.25 전에도 한국측 관할하에 있었고 북방한계선은 대체로 양측의 중간선을 획정한 것이므로 휴전협정상의 원칙을 충실히 반영한 것이다.

둘째, 서해 5개 도서군이 한국측 관할에 속하면 그 주변수역도 당연히 한국에 속하고 남북한간의 수역 폭이 24해리 미만이면 당연히 그 중간선을 택하는 것은 현행 유엔 해양법상으로도 타당하다.

셋째, 유엔사측이 북측에 통보했고 북측은 아무 이의없이 20여년간 준수해 왔다.

그러므로 북측은 묵시적 동의를 한 것이며 20년간 준수한 것은 관습법을 형성하기에 충분한 기간이다.

넷째, 휴전협정 교섭 당시 상황을 보면 이 점은 더욱 분명하다.

휴전협정시 양측의 분계선 기준은 휴전 당시의 군사접촉선이었다.

그런데 당시 해군과 공군은 유엔측이 압도적으로 우세했고 한반도 주변 섬들은 함경북도까지 모두 유엔군측 관할하에 있었다.

그러므로 섬이나 그 주변수역은 교섭의 여지가 없이 우리측이 일방적으로 북한측에 양보한 것이다.

다섯째, 1992년 남북기본합의서 11조는 남북한의 경계선과 관할구역을 남북한의 군사분계선과 '지금까지 쌍방이 관할하여 온 구역으로 한다' 고 명시했는데 이는 서해상의 관할수역을 의미하는 것이다 (남북한 기본합의서 교섭당시 필자는 우리측 법적 자문을 했다) .그런데 남북기본합의서는 남북한관계를 규율하는 기본법이다.

그러므로 북방한계선이 서해상에서 한국측의 5개도서군과 북측의 옹진반도 사이의 해상경계선임을 사실상 명문화한 것이다.

그런데 북한측은 1973년 10월에 와서 갑자기 서해 5개도서군 (백령도.대청도.소청도.대연평도.소연평도.우도) 주변수역이 자신의 영해라고 주장하면서 12월까지 43회나 침범해 긴장을 야기했다.

북한측 주장에 의하면 휴전협정 2조13항에 있는 서해 5개 도서군만이 유엔사측의 관할에 있고 그 주변수역은 황해도와 경기도 경계 서쪽 및 북쪽에 있기 때문에 북한의 연해이며 따라서 한국의 선박이 서해 5개 도서군 수역을 출입하려면 북한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북한의 주장은 억지다.

육지나 섬의 관할이 한국에 속하면 그 주변수역도 당연히 한국에 속해야 하며 휴전협정에서도 이러한 원칙을 분명히 인정하고 있다.

다만 서해 5개 도서군과 북한의 옹진반도 사이에 위치한 수역의 폭이 평균 10해리가 안되기 때문에 그 중간선을 그어 경계선으로 삼을 수밖에 없는 것이다.

그후 76년까지 산발적으로 북방한계선을 침범했으나 76년 이후 20여년간 북한은 북방한계선을 비교적 충실히 준수했다.

50년 가까이 한국측의 5개도서군과 북측의 옹진반도 사이를 해상경계선으로 준수해 온 북방한계선을 이제 와서 새삼 법적 근거를 따지는 것 자체가 우스운 일이다.

한마디로 북한은 무모한 불법행위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만큼 북한정권이 법과 제도상에 근거를 둔 합리적 권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러한 무모한 북한정권을 상대로 협력과 교류를 추진하고 통일을 모색하는 것이 얼마나 힘들고 인내가 필요한지 명심해야 할 일이다.

특히 이러한 불합리한 북한 정권과 그 밑에서 굶주리는 북한동포를 구별해 합리적이고 치밀한 대응을 해야 할 것이다.

유병화 고려대 법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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