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업공동체운동 풀무원설립자 원경선씨 부부 결혼6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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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한평생 남을 위해 살려는 사람과 살아갈 자신이 있소?" "바로 그 이유 때문에 당신을 선택한 것입니다. " 4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농약을 쓰지 않는 유기농법과 '소유' 대신 '나눔' 을 추구하는 공동체 운동을 주창해온 '인간 상록수' 원경선 (元敬善.85) 씨와 부인 지명희 (池明憙.82) 씨가 11일로 결혼 60주년을 맞았다.

보통학교만 졸업한 청년 원경선과 명문 배화여고를 나와 명동에서 타이피스트로 일하던 도시여성 지명희를 연결시켜준 것은 '진실한 기독교인이라면 남을 위해 헌신해야 한다' 는 평범한 '말씀' 이었다.

일곱남매를 모두 분가시키고 지금도 경기도양주군 풀무원농장의 흙벽돌로 지은 집에 살면서 공동체를 꾸려가고 있는 이들 노부부의 60년은 우리나라 생명운동의 역사 그 자체다.

이들 부부는 55년 토목공사 등으로 모은 돈으로 경기도부천의 황무지 1만5천평을 구입, 거지와 부랑아 등을 위한 농업공동체 풀무원을 만들어 버려진 사람들의 마음에 '풀무질' 을 시작했다.

또 76년에는 바른 농사를 지향하는 '정농회' 와 더불어 사는 삶을 실현하기 위한 '한삶회' 를 만들어 사람들의 '욕심' 과 환경속 '공해' 제거에 일생을 바쳐왔다. 60년부터는 거창고등학교 이사장을 맡아 '참교육' 도 직접 실천해 오고 있다.

여든이 넘은 나이에도 여전히 정정하고 고운 피부를 지닌 노부부는 "독이 들어있지 않은 바른 음식물을 먹고 욕심을 버린 게 비결" 이라며 웃는다.

11일 오후 5시 서울 세종문화회관 세종홀에서 열린 '회혼 축하연' 에는 현 부천시장인 맏아들 원혜영씨와 한겨레신문 문화부 부장대우로 있는 맏며느리 안정숙씨를 비롯한 온 식구들이 한자리에 모여 부모의 회혼을 축하했다.

이들 부부의 60년은 다이옥신 파동으로 온나라가 먹거리 걱정에 젖어있는 요즘 모두에게 사표 (師表)가 되고 있다.

정형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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