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봄 농협수사 어떻게 했나]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검찰의 농.축협 비리 수사는 당초 감사원 감사에서 비롯됐다.

감사원이 지난 2월 농.축협 등 생산자단체 협동조합의 감사결과를 발표하며 각종 비리 의혹을 제기하자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어떻게 이 지경까지 될 수 있는가" 라며 강하게 질타했다.

이에 따라 검찰은 민생형 기획 사정 (司正) 의 기치를 내걸고 3월부터 전면 수사에 들어갔다.

검찰은 두달만에 8백61명을 입건, 이중 2백87명을 구속시켰다.

이중 덩치가 가장 큰 농협이 6백5명 입건에 구속 2백명으로 절대 다수를 차지했다.

수사 결과 부실대출과 임직원들의 금품수수는 물론 가격담합 및 담합입찰.부정경매.인사부정.분식회계 등 다양한 비리가 드러났다.

원철희 전 농협회장은 수사 막바지인 4월 21일 업무상 횡령.배임 혐의로 대검 중수부에 구속됐다.

친분이 있는 부실기업에 대출해주고 회사공금 6억여원으로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 인사들에게 전달했으며 그중 1천만원은 한호선 전 농협회장의 지방선거 지원비로 제공했다는 것이 혐의 요지였다.

마음 졸이며 검찰 수사진행을 지켜보던 元씨는 구속 직전 일부 측근들에게 "개인적으로 치부한 것이 없다" 며 자신의 억울함과 비자금 사용처 등을 털어놨다는 후문이다.

검찰은 그러나 당초 수사 초점을 농.축협의 구조적 비리척결에 뒀다며 元전회장의 비자금 사용처 추적엔 별다른 의욕을 보이지 않았다.

비교적 청렴한 인물로 알려진 元씨는 공화당 공채1기 출신으로 80년대 초반 농협에 투신했다.

90년엔 청와대비서실 농림수산 담당 경제비서관을 지내기도 했으며 94년 3월부터 농협회장으로 일하다 올 2월 자진 사퇴했다.

◇ 농.축협 비리 수사일지

▶99년 2월 25일 = 감사원, 농협비리 감사결과 발표

▶3월 1일 = 원철희 전 농협회장 등 농협임원 10여명 출국금지

▶3월 3일 = 감사원, 검찰에 농.축협비리 자료전달, 수사 의뢰

▶3월 8일 = 농.축협 간부 10여명 금융계좌 추적

▶4월 2일 = 송찬원 전 축협회장 구속

▶4월 19일 = 대검 중수부, 원철희 전 농협회장 소환

▶4월 21일 = 원철희 전 농협회장 구속

▶5월 3일 = 검찰, 농.축협비리 최종 수사결과 발표

김정욱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