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들, 지하수 수질 ‘세탁’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2면

지하수 오염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운영하는 ‘국가 지하수 수질 측정망’이 실태를 반영하지 못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환경부는 지난달 전국 4827개의 지하수 시료를 채취·분석한 결과 335개 시료(6.9%)가 수질기준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이 중 시·도에서 관리하는 1240곳은 기준 초과율이 5.4%였다. 특히 대전·전북·제주지역은 초과율이 0%, 대구·울산· 강원·경남은 2% 이하였다.

하지만 본지가 22일 각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의 연구보고서를 분석한 결과는 크게 달랐다. 충남보건환경연구원이 2008년 충남지역 지하수 80곳을 조사한 결과 33곳(41%)이 기준을 초과했다. 2007년 경북보건환경연구원이 경북지역 학교 지하수 83곳을 검사한 결과 36곳(43.3%)이 기준을 넘었다. 전남보건환경연구원이 2008년 농촌 지하수 836곳을 분석했더니 34%인 282곳이 마실 수 없는 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차이는 지자체들이 초과율을 낮추기 위해 편법을 동원하기 때문이다. 일부 시·도에서는 수질기준을 초과하면 관측망의 관정을 소독하고 청소한 다음 재측정해 그 결과를 보고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전남지역에서는 2005~2006년 수질 부적합 비율이 13.7%였지만, 소독·청소·재측정을 거쳐 2%라고 보고했다.

서울대 윤제용 교수(맑은하천시민포럼 대표)는 “수질기준을 초과했더라도 그대로 보고하는 게 상식”이라며 “지하수 오염이 심해지는 상황에서 수질 모니터링을 제대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환경부 토양지하수과 임성재 사무관은 “환경부가 직접 관측망을 운영·관리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강찬수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