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표 교구’는 자녀의 특성을 가장 잘 아는 엄마가 만들어 창의성과 사고력 발달에 도움을 준다. 엄마가 만든 교구를 자랑하고 있는 배문수·문일 형제와 강중현군(왼쪽부터). [김진원 기자]
이들은 “아이 교육을 위해서라면 비싼 교구도 망설임 없이 구입하는 엄마들이 많다”며 “아이에게 가장 좋은 건 엄마가 직접 만들어준 교구”라고 강조했다. 아이의 장단점, 성격, 공부 스타일을 가장 잘 아는 것이 엄마이기 때문에 아이에게 가장 적합한 교구를 만들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아이도 엄마도 사고력 커져
남들이 다들 한다고 해서 무턱대고 교구 만들기에 덤벼들었다가는 스트레스가 될 수 있다. 아이에게 무언가 만들어 주고 싶은데 무엇부터 해줘야 할지 모르겠거나 이것저것 생각하기 귀찮다면 일단 ‘모방’부터 시작한다. 인터넷 카페나 블로그에서 선배맘들의 실패·성공담이 담긴 노하우를 습득하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고수가 될 수 있다.
엄마들이 직접 개발한 교구 도안을 파일 형식으로 올려놓은 경우도 많다. 그대로 내려받아 프린트해 자르기만 하면 된다. 만드는 과정과 활용법을 사진까지 첨부해 설명해 둬 알찬 사이트만 찾으면 해결된다.
박씨가 필수 준비물로 꼽은 재료는 복합기와 코팅기. 한씨는 “펠트와 일명 찍찍이로 불리는 벨크로 테이프만 있으면 못 만들 게 없다”고 설명했다. 중현이의 인지발달을 위해 돌 무렵 펠트로 만든 농장은 지금 사용할 정도로 튼튼하다.
박씨는 “엄마표 교구를 활용하다 보면 아이는 물론 엄마의 사고도 확장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이의 성향과 상황에 따라 교구를 수정하거나 활용법을 달리하다 보면 융통성도 생기게 된다는 것. 한씨는 “빨랫줄에 음표를 걸어 음악 공부도 하고, 영어 단어를 매달아 문장 만들기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구 하나만 잘 만들어도 팔방미인처럼 씀씀이가 많다는 얘기다.
학습 도구보다 활용법 중요해
취학 전후 또래가 엄마표 교구를 활용하기에 적기다. 한씨는 “아이에게 논리력이나 판단력이 생겨 국어·영어·수학·과학 등 전 교과 학습에 활용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두 사람은 “이론으로 배운 것을 교구로 직접 만져보고 경험해 보는 것이 가장 효과적인 엄마표 교구 활용법”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중현이는 연극놀이를 자주 한다. 책을 읽고 그 내용을 바탕으로 연극을 만드는 것. 인원이 부족할 때는 친구들도 초대한다. 책 내용을 요약하고 대본을 직접 쓴다. 등장인물의 특징을 살려 그림으로 그린 후 나무막대만 꽂으면 배역이 완성된다. 각자 역할을 정해 무대에 올린다. “한글 공부를 하면서 시작했는데 지금은 자기들끼리 구성을 짜고, 극본도 쓰고 알아서 다 해요.”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한씨는 이 방법이 논술에도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과학책에서 온도계의 원리를 배운 후 색지를 이용해 직접 온도계를 만들어 보기도 했다. 수은 부분을 위아래로 움직이게 해 중현이가 온도 변화를 경험해 볼 수 있게 했다. 박씨는 명화 카드를 가방에 넣고 다닌다. 명화 한 작품씩을 작게 프린트한 후 코팅했다. 그림 뒤에는 작가 이름과 제목을 붙였다. 문일·문수 형제는 이 그림 카드로 같은 색 찾기, 비슷한 그림 찾기 등의 놀이를 한다. “미술관에 갔는데 저도 모르는 그림의 제목이랑 작가를 맞히더라고요. 놀이처럼 즐겼는데 아이에게 도움이 됐나 봐요.”
주의할 점도 있다. 아이가 교구를 가지고 놀 때 하나라도 더 가르치고 싶은 엄마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 교구가 놀이가 아닌 학습이라고 생각하면 거부감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러운 유도가 중요하다. 교구는 아이들에게 장난감이면서 교육 재료여야 한다. 아이가 자는 사이 뚝딱 만들어 놓거나 주도적으로 만들기보다 만드는 과정을 아이가 지켜보게 하고 “이게 뭐야?” “이걸로 뭘 할 수 있을까?” 등의 대화를 하며 생각을 할 수 있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글=박정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