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 공부] ‘어린 덕만 공주’ 지현이의 전교 4등 비결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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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정한 교복과 수수한 모습이 모범생다웠다. 남지현양은 일과 공부 모두 똑 부러지게 해내는 비결이 집중력이라고 말했다. [황정옥 기자]

‘엄친딸’이라는 말이 절로 떠올랐다. 남지현(14·인천 상정중 2)양의 얘기다. 지현양은 드라마 ‘선덕여왕’의 주인공 ‘덕만공주’의 아역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지만 지현양의 학교 성적은 사람들을 더욱 깜짝 놀라게 한다. ‘대체 언제 그렇게 공부를 한 걸까’ 싶게 최상위권을 유지한다. 비결이 뭔지 궁금해졌다.

촬영할 땐 촬영만, 공부할 땐 공부만

“수업엔 최대한 빠지지 않으려 했는데 ‘선덕여왕’ 찍으면서는 어쩔 수 없었어요. 국내외 촬영장과 학교를 오가다 보니 공부 흐름이 끊기더라고요. 1학기 중간고사에서 떨어졌던 성적을 만회하려고 정신 바짝 차렸죠.”

그렇게 해서 받은 1학기 기말고사 성적은 전교 4등. 고운 얼굴로 생긋 웃으며 하는 이 말을 듣는다면 다른 여중생들이 화를 낼 법도 하다. 하지만 지현양의 천진한 모습 뒤에는 ‘독한’ 구석이 있다는 게 담임교사의 귀띔이다. 학교에 나오는 날 만큼은 수업에 무섭게 집중하고 놓친 부분을 따라잡으려 부단히 애쓴다. 지현양은 “빠진 수업 필기는 친구 것을 최대한 베끼고, 이해가 안 되는 건 선생님·친구·언니에게 물어본다”고 말했다.

그래도 공부할 시간이 턱없이 부족하지 않을까. 자신만의 시간 관리법이 있는지 물었다. “짧은 시간이라도 최대한 집중한다”는 대답이 돌아왔다. 촬영장에 문제집·참고서를 가져가 보기도 했지만 공부가 되지 않아 꺼내보지도 않았다고. 지현양은 “공부도 밤늦게까지 하기보다 정해진 시간 동안 최대의 집중력을 발휘하려 한다”고 밝혔다.

다음달 12, 13일이면 또 다시 중간고사. 지현양은 학습 계획을 어떻게 세웠을까. “사실 언제 또 촬영 일정이 생길지 몰라 계획을 자세히 세우긴 힘들어요. 보통 일주일 단위로 끝낼 과목을 정해 하나씩 공부해 나간답니다.” 시험 한 달 전부터 공부를 시작해 사회·과학, 수학·영어, 국어·기술가정, 한문·도덕 등으로 묶어 일주일씩 파고든다.

중요한 곳 밑줄 치고 무조건 쓰면서 암기

하지만 일도 공부도 잘할 수 있는 비결 치고는 여전히 뭔가 부족하다. 곰곰 생각하던 지현양이 퍼뜩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 “내용을 암기할 땐 무조건 쓰면서 외워요.” 중1 때 발견한 방법이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중요 부분에 밑줄 치면서 읽고 시간 흐름에 따라 큼직한 사건을 먼저 순서대로 적어 놔요. 그런 다음 밑에 세부 내용을 쓰는 거예요. 이걸 반복해서 계속하다 보면 외워져요.” 지난 기말고사에서는 볼펜 하나가 모두 닳을 때까지 이 방법대로 공부했다고.

지현양은 또 자투리 시간에도 멍하니 있지 않는다. 머릿속에 문득 떠오르는 부분을 생각나는 대로 입으로 말해보거나 머릿속으로 정리해 본다. 이는 대본을 외울 때 썼던 방법이다. 화장실에서, 버스 안에서 퍼뜩 떠오르는 신의 대사를 혼자 외워 보곤 했다. 그러다 보면 어느 부분이 덜 외워졌는지, 빠진 부분이 어디인지 확인하게 된다는 것.

일·공부 병행 힘들지만 놀이기구 타듯 즐겨

공부하다 힘들 때면 찾는 것이 TV·게임기·문자메시지·대중가요·수다라고 말하는 지현양은 영락없는 중학생 소녀다. 어머니 김외영(43)씨는 “엄마로서 도와주는 일은 최대한 학교생활에 지장을 받지 않게끔 제작진과 일정을 조율하는 것 정도”라며 “두 가지를 모두 해내는 딸이 안쓰럽기도, 기특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지현양은 “힘들게 촬영을 마치고 돌아왔는데 또 시험이 닥쳤을 땐 정말 힘들었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하지만 “힘든 것은 금방 잊게 된다”며 웃는다. “놀이기구 탈 때 공중에서 뚝 떨어지면 정말 무섭잖아요. 그런데 내려오고 나면 스릴 있고 재밌다는 생각만 남게 되죠. 그래서 또 타게 되고요. 연기하는 것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중학교에 올라오면서 친구들이 ‘딴 세상 사람’ 취급할까 걱정했다는 지현양. “사람 복이 많아” 좋은 친구들·선생님만 만났다고 말하는 모습이 짐짓 어른스럽다. 요즘은 장래에 대한 고민도 생겼다. 일단 일반고에 진학할 생각이지만 공부에 좀더 전념할지 방송 활동을 늘릴지는 아직 모르겠단다.

“가고 싶은 학과요? 음, 글쎄요, 공예도 좋아하고, 사회도 좋아하고…국어를 좋아하니까 국어국문학과? 뭐가 되고 싶은지 결정을 못 내리겠어요.”

하고 싶은 것도, 되고 싶은 것도 많은 야무진 지현양의 얼굴에는 경쾌한 웃음이 가득했다. 
글=최은혜 기자, 사진=황정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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