햄버거에 숨겨진 '사회획일화'경고…'맥도날드…'출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2면

맥도날드 햄버거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의 관계, 한 걸음 더 나아가 사회의 맥도날드화와 베버식 (式) 합리성의 연결고리…. 전혀 별개일 것 같은 둘은 미국의 조지 리처 (메릴랜드대.사회학) 교수의 저서 '맥도날드 그리고 맥도날드화' (김종덕 옮김.시유시.1만2천원)에서 묘하게 만난다.

리처에 의하면 '맥도날드' 는 획일화.규격화의 상징, '맥도날드화' 는 체계의 구속성을 의미한다.

심지어 저자는 그것이 베버의 합리성을 근간으로 일상의 삶에 침투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하지만 엄밀히 말해 그 합리성은 '형식 합리' 일 뿐, 내면적으로는 '합리성의 불합리' 에 갇혀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도는 이미 문화연구적 차원에서 보편화하고 있는 추세다.

'패스트푸드점에 갇힌 문화비평' (96년.김성기 지음)에서 '무의미의 대중문화' 가 새로운 의미소를 갖게 되는 것을 대표적인 예로 지적할 만하다.

하지만 '맥도날드 그리고…' 는 단순한 문화연구적 차원에 머물기보다는 외연을 사회경제 현상에까지 확장하고 있는 점에서 의미가 색다르다.

우선 리처는 문화연구가들의 이론을 동원해 '맥도날드 = 모더니즘 또는 포드주의' 의 등식관계를 끌어내고 있다.

그러면서도 그는 포스트모던한 시대에도 엄연히 살아움직이는, '맥도날드의 이중성' 을 읽어내는 것이다.

이어지는 리처의 작업은 맥도날드를 패스트푸드점에서 끌어내 노동.교육.의료.레저.스포츠.섹스에까지 적용하는 일이다.

저자가 거론한 맥도날드는 물론 패스트푸드의 상징물이다.

그것이 순환하는 원리로 그는 ▶수요.공급자 모두에게 적용되는 효율성 ▶비용.시간의 계산가능성 ▶예측 가능성 (제품의 동일성에 대한 확신) ▶무인기술에 의한 인간의 통제 등 네가지를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리처는 패스트푸드의 확산 현상, 즉 맥도날드화를 '베버의 쇠 감옥' 이라는 말로 경계심을 드러내고 만다.

베버의 지적대로 이는 관료주의가 합리성을 추구하는 대표집단으로 자리하고 있으면서도 실제로는 불합리한 권력속성에 빠져 있는 것과 흡사하다.

겉보기에 맥도날드는 편안함을 주지만 속으로는 '길게 줄을 세우고 고객에게 일을 시킨 뒤 먹었으면 꺼져!' 라고 외쳐댄다는 것. 바로 '불합리성' 이고 '쇠 감옥' 이다.

리처는 이 책을 통해 사회의 맥도날드화 위험성을 경고하고 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저자는 아무런 처방을 내놓지 않는다.

얼핏 무책임해 보이기도 하지만 패스트푸드의 속성상 알량한 대책보다는 자각 자체가 더 중요할지 모를 일이다.

대신 저자는 시인 딜런 토마스의 시구를 옮기는 것으로 글맺음을 하고 있다.

"그 좋은 밤 속으로 순순히 들어가지 말라. 빛의 소멸에 분노, 또 분노하라. " 역시 심리적 저항만이 대안인가 보다.

허의도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