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억짜리 다이옥신 검사장비 전문가없어 무용지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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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식품안전을 책임진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고가의 다이옥신 검사장비를 지난해말 도입하고도 인력.기술력 부족으로 6개월째 검사를 실시하지 못하는 늑장행정을 펴 이번 사태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식의약청은 지난해 12월 다이옥신 분석을 위해 고성능 질량분석장치 (HR - MASS.6억원) 를 수입했으나 국제통화기금 (IMF) 사태에 따른 환율상승으로 전처리장치 (DPS.2억원) 를 함께 들여오지 못했다.

그동안 식의약청은 전처리장치가 없다는 이유로 앞으로 2~3년 후에나 다이옥신 분석이 가능하다고 밝혀왔다.

벨기에산 돼지고기의 다이옥신 오염파동이 발생하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도핑컨트롤센터에 분석을 의뢰했고 올해초 시민단체로부터 패스트푸드의 다이옥신 함량을 검사해줄 것을 요청받았으나 검사장비가 없다는 이유로 응하지 않았다.

그러나 분석 전문가들은 "다이옥신은 고성능 질량분석장치만으로도 분석이 가능하고 전처리장치는 대량 분석에 도움을 주는 장비일 뿐" 이라고 지적한다.

다이옥신 전문가인 Q씨는 "전처리장치는 다이옥신 검사에 숙련된 사람이 분석시간을 아끼기 위해 사용하는 자동장치로 최근 개발돼 성능이 보장된 것도 아니다" 며 "수동식으로 검사한 결과가 학계의 공인을 받고 있다" 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전처리장치 도입 전이라도 기존의 장비를 이용해 다이옥신 검사를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한다.

다이옥신의 97% 이상이 식품을 통해 몸안에 들어오는데 허송세월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게다다 6개월 전에 들여온 질량분석장치도 독일 기술자로부터 성능검사를 받고 있는 등 정상 가동되지 않고 있다.

특히 식의약청 내 다이옥신 검사 전문인력이 사실상 한명도 없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해 식의약청은 연구관 1명을 미국 질병통제센터 (CDC) 등에 파견해 2개월간 검사기술을 익히도록 했고 다이옥신 검사경험이 있는 지방청의 연구원을 곧 차출키로 했으나 이 정도로는 턱없이 모자란다.

검사 결과가 나와도 신뢰성을 의심받을 수 있다.

이번 다이옥신 사고가 발생하자 식의약청과 농림부는 한국과학기술연구원.환경관리공단 등에 벨기에산 돼지고기 등의 다이옥신 함량 검사를 의뢰키로 했으나 이들 연구기관도 식품에 대한 검사 결과를 외부에 발표한 적이 없다.

다이옥신에 대한 해외 정보는 물론 국내 정보에도 어두운 것이다.

한편 수입 축산물의 안전을 책임진 수의과학검역원은 뒤늦게 다이옥신 검사장비를 도입키로 했으나 올해 예산에 반영돼 있지 않아 검사는 빨라도 2년 후에나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다이옥신에 대한 정부 대응이 지연되면 하루 다이옥신 섭취 허용기준은 5~6년은 지나야 설정될 것이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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