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의 눈] 환상의 금·은 '셔틀콕 잔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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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드민턴 남자복식에서 한국이 나란히 금.은메달을 따내는 쾌거를 이뤘다. 우승하기까지 쉽지 않은 길을 헤쳐왔다. 실력이 평준화돼 호락호락한 상대가 별로 없기 때문이다. 우승 요인을 꼽으라면 최강 중국 선수들과 준결승이나 결승에서 만나지 않은 점을 들 수 있겠다. 중국의 빠른 스피드에 당황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중요한 길목에서 이들을 피하게 돼 심리적으로 안정됐다.

이동수-유용성 조는 준결승 초반에 덴마크 팀의 완급 조절에 말렸다. 2세트 들어 몸이 풀리면서 네트플레이에 적절히 대응했고 경기 주도권을 되찾았다. 3세트에선 수비까지 하모니를 이뤄 상대 범실이 잦아졌고, 결국 역전승을 이끌어 냈다. 김동문-하태권 조도 초반엔 인도네시아 선수들의 빠른 네트플레이에 애를 먹었지만 곧 공격의 실마리를 찾았다. 특히 하태권이 상대 작전을 잘 읽었다. 네트 공격과 스매싱 양면에서 제 역할 이상을 해냈다.

결승전은 승부보다는 두 복식 조의 색깔 다른 플레이가 볼거리였다. 초등학교 때부터 단짝이었던 김-하 조의 강력한 공격력과 9년째 환상 듀오를 유지한 이-유 조의 콤비네이션이 명승부를 만들었다. 두 복식 조는 이 대회를 끝으로 대표팀에서 은퇴할 예정이다.

손승모의 남자단식 결승 진출도 대단한 '전과'다. 8강전에서 세계 2위 천훙(중국)을 이기면서 자신감을 얻은 듯하다. 준결승에서도 상대의 공격 타이밍을 뺏는 완급 있는 플레이로 인도네시아 선수를 흐트러 놓았다. 21일 결승에서 맞붙게 될 타우픽 히다야트는 인도네시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선수다. 랠리가 끝날 때까지 방심은 금물이다.

박주봉 전 국가대표팀 코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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