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관급 마주보기로 '대화복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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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북한 차관급 회담의 재개 분위기가 무르익으면서 대북 (對北) 접근을 위한 정부당국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1일 "지루하지만 끈질기게 계속해온 북한과의 비공식 접촉이 이제야 성과를 나타내는 것" 이라고 확인했다.

차관급 회담이 다시 열리는 것은 지난해 4월 베이징 (北京) 회담이 중단된 후 남북당국간 대화채널의 복원을 의미한다.

사실 정부는 금강산관광선 첫 출항 (98년 11월) 등 굵직한 민간분야의 교류협력 성과에도 불구하고 당국간 대화가 좀체 열리지 못하자 가슴을 졸여왔다.

이런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선 일단 지난해 수준의 대화창구를 열어야 한다는 게 정부 생각이었다.

때문에 정부는 베이징 비공식 채널을 꾸준히 이어왔다.

임동원 (林東源) 통일부장관도 "정부는 어떤 형태로든 회담을 재개하기 위해 북측과 비공식 접촉을 계속해 왔다" 고 밝히고 "최근 들어 상황이 바뀌고 있다" 는 말로 북한측이 태도변화를 보였음을 내비쳤다.

남북한 대화의 격 (格) 이 차관급으로 결정된 것은 양측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다.

지난해 중단된 회담을 다시 하는 형태로 할 경우 별 무리가 없고, 무엇보다 남북대화에 대한 북한측의 '부담' 을 덜어줄 수 있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에 제안할 비료지원 규모가 지난해와 같은 20만t이라는 점은 이를 엿볼 수 있게 한다.

정부는 지난 4월부터 아홉차례로 나눠 북한에 비료 4만5천t을 보내는 등 회담분위기 조성에 힘써왔다.

차관급 회담의 재개는 북한이 지난 2월 제안한 '고위급 (총리) 정치회담' 으로 이어지는데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그렇지만 북한이 회담 테이블에 나오더라도 결과를 예측하기는 어렵다는 게 북한 전문가들의 우려다. 넘어야 할 산이 많기 때문이다.

이산가족 문제가 대표적 어려움이다. 지난해에도 북한은 비료를 받는 대신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 날짜를 약속해달라는 우리측 요구를 거절하고 회담파기를 선언했다.

이산가족 문제를 인도적 문제로 보는 우리와 달리 북측은 정치적 문제라고 주장한 때문이다.

북한이 대화에 선뜻 나서기 위해서는 페리 방북 이후의 내부 입장정리에 시간이 필요한 것도 섣부른 낙관을 어렵게 한다.

이영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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