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로비 사건 마녀사냥식 안된다'- 김대통령 기자회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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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김대중 (金大中) 대통령은 1일 '고관 부인 옷 로비 의혹 사건' 과 관련, "수사 결과 지위고하나 친소 (親疏) 를 막론하고 이 사건에 책임있는 사람들은 처리하겠지만 잘못이 없는데도 마녀사냥식으로 몰고가면 많은 후환을 남길 것" 이라고 말했다.

5박6일간의 러시아.몽골 국빈방문을 마치고 이날 서울공항에 도착한 金대통령은 귀국회견에서 "정권 지도층에 있는 사람의 가족 때문에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 며 대국민 사과의 뜻을 표시한 뒤 김태정 (金泰政) 법무부장관 퇴진 여부도 수사결과에 따를 것임을 분명히 했다.

특히 金대통령은 "몽골 방문 중 국내 여론조사기관의 조사결과를 보고받았는데 65%가 '조사해 법적 하자가 있을 때 처리해야 한다' 고 했고, 33%만이 '도덕성을 문제삼아 무조건 해임해야 한다' 고 했다" 고 해 2일로 예정된 검찰수사 결과 발표때 金장관 부인 연정희 (延貞姬) 씨의 혐의가 없는 것으로 나타날 경우 金장관을 경질하지 않을 뜻을 강력히 시사했다.

金대통령은 또 "이번 기회가 정부의 지도층과 가족들에게 경종을 울리는 계기가 됐다고 생각한다" "정부가 마음을 다잡고 철저히 밝히는 계기로 삼을 것" 이라며 별도의 조치를 예고했다.

이와 관련, 金대통령은 이날 밤 청와대에서 김종필 (金鍾泌) 국무총리.김영배 (金令培) 국민회의총재권한대행.박태준 (朴泰俊) 자민련총재 등과 여권 수뇌부 4자회동을 가진 자리에서도 "金법무장관의 부인이 잘못한 사실이 있을 경우 엄중 문책하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이 사건이 여론몰이식으로 다뤄져선 안된다" 는 입장을 재확인했다고 박준영 (朴晙瑩) 청와대대변인이 발표했다.

朴대변인은 "2일 검찰조사 결과가 발표되고 나면 그에 따라 金대통령이 판단하게 될 것이나 법무장관 부인은 피해자로서 고소인" 이라며 "언론에서 범죄자처럼 다뤄지고 있지만 보도내용이 검찰수사와 같을 수도 있지만 다를 수도 있다" 고 밝혔다.

한편 金대통령은 귀국 기자회견에서 '남북관계에 곧 좋은 조짐이 있을 것' 이란 발언의 구체적 진척상황을 묻는 질문에 "북한이 남북 당국간 대화를 올 하반기에 하자고 하고 있는 만큼 특사도 왕래하고 장.차관급 대화도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金대통령은 그러나 "구체적인 내용은 (남북간에) 일이 잘되게 하기 위해 공개하지 않고 시간을 갖고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고 말했다.

金대통령은 이어 "러시아의 가스전을 공동개발해 생산된 가스를 파이프라인을 통해 서해를 거쳐 국내로 가져오기로 했다" 고도 밝혔다.

이연홍.박승희.이상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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