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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뒤 안맞는 연정희씨 진술 '옷로비' 의혹 증폭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4면

'고급 옷 로비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수사가 진행되면서 법조계 주변에선 "김태정 법무부장관 부인 연정희씨가 최순영 신동아그룹회장 부인 이형자씨를 고소한 것이 옳았나" 를 놓고 입방아들이 한창이다.

이 말은 延씨가 고소를 통해 자신에게 씌어진 누명에서 일부 벗어난 점도 있지만 그보다는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오히려 증폭돼 스스로 파문을 확대시켰다는 뜻이 포함돼 있다.

'로비의 대상이 된 피해자' 라며 李씨를 고소한 延씨의 입장에서 보면 검찰총장이라는 남편의 지위를 이용, 고가의 옷을 상납받았다는 범죄혐의 성격의 누명에서는 벗어난 것으로 보인다.

수사 결과 강인덕 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씨가 延씨의 의사와는 관계없이 李씨에게 옷값의 대납을 요구했던 것으로 사건 윤곽이 잡혀가고 있기 때문이다.

수사착수 이전 延씨를 극렬히 비난했던 李씨가 지난달 30일 延씨와의 전화통화 후 "오해가 많이 풀렸다" 며 한결 누그러진 태도를 보인 것도 같은 맥락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이로써 延씨를 둘러싼 의혹이 모두 해소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수사 이전보다 증폭된 느낌이다.

우선 라스포사에서 건네진 반코트의 반환경위와 착용여부가 더욱 석연치 않아졌다.

延씨는 사건발생 직후 "코트가 보내진 것을 이틀 후에 알고 꺼내보지도 않은 채 반납했다" 고 주장했지만 검찰 수사에선 무려 8일만에 되돌려준 것으로 드러났다. 코트의 반환시점은 延씨가 애초부터 옷을 되돌려줄 의사가 있었는지 여부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인데 매번 주장이 달라진 것이다.

또 延씨는 지난해 말 "최순영 회장이 구속된다" 는 말을 裵씨에게 한적이 없다고 했지만 검찰 조사에선 延씨가 지난해 11월 崔회장의 안사돈 조복희씨가 裵씨의 추천으로 자선모임 '낮은 울타리' 에 가입하려 하자 崔회장의 수사문제를 들어 거절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수사관계자는 "처음에는 비법률가들의 통상적인 이야기 정도였다. 나중엔 그 말이 법률용어 (구속이란 용어를 의미하는 듯) 로 된 것 같은 감이 있다" 고 설명했다.

이밖에도 延씨가 라스포사 등 고급 옷집에 간 시점과 횟수, 구입한 옷값의 총액 등도 본인 진술과 검찰조사 등에서 미세하나마 적지 않은 차이가 드러나고 있다.

이에 따라 裵.鄭씨에 대한 사법처리와는 별도로 延씨의 석연치 않은 행동에 대해선 의혹이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김정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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