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호로 본 중국 60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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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중국 인민이 일어섰다(中國人民站起來了).”

1949년 10월 1일 베이징 천안문 성루에 오른 마오쩌둥은 중화인민공화국 성립을 이렇게 선포했다. 구호에는 건국 60년의 시대정신이 녹아 있다. 이듬해 10월 중국인민지원군은 압록강을 건너 6·25 전쟁에 참전했다. 당시 중국엔 ‘미국에 대항하고 북한을 돕는다. 가정을 지키고 국가를 수호하자(抗美援朝 保家衛國)’는 구호가 크게 유행했다.

50년대 중국 대륙은 대약진운동과 인민공사 등 공산사회 건설 열풍이 불었다. ‘인민공사가 좋다(人民公社好)’ ‘젖먹던 힘까지 다해 선진대열에 들도록 힘내자(鼓足幹勁 力爭上游)’는 구호가 곳곳에 나부꼈다.

‘계급투쟁이 강령이다(以階級鬪爭爲綱)’ ‘혁명은 무죄, 조반은 이유 있다(革命無罪 造反有理)’. 66~76년 문화대혁명의 광기 속에서 유행한 구호는 피로 물든 비극적 시대상을 상기시킨다. 기존 권위에 대한 거부를 뜻하는 ‘조반(造反)’은 혁명과 동의어였다.

78년 12월 마오쩌둥의 결정과 지시는 모두 옳다는 ‘양개범시(兩個凡是)’론이 폐기됐다. 문화혁명은 종언을 고했고 새로운 혁명이 시작됐다. 개혁·개방의 시대는 ‘실천만이 진리를 검증하는 유일한 기준이다(實踐是檢證眞理的唯一基準)’는 구호와 함께 막이 올랐다. 마오의 지시도 실천을 통해 검증해야 한다는 논리를 앞세워 마오 시대 극복에 박차를 가한 것이다.

이후엔 ‘중국 특색의 사회주의를 건설하자’ ‘사회주의 조화사회를 건설하자’는 구호가 개혁·개방을 이끌었다. 지난해 올림픽 때는 ‘하나의 세계, 하나의 꿈’이란 캐치 프레이즈가 등장했다.

정용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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