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로셰비치 기소 아르부르 검사] '전범과 타협없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9면

"전쟁범죄자와 협상은 없다. " 슬로보단 밀로셰비치 유고 대통령과 고위 관리 4명을 전범 혐의로 기소한 유엔 유고전범재판소 루이즈 아르부르 (52) 수석검사. 96년 자리에 오른 이후 그녀는 "발칸반도에서 자행된 잔학행위를 처리하는데 어떠한 정치적 압력도 거부한다" 는 입장을 거듭 천명해왔다.

오로지 법 논리에만 따르겠다며 증거수집에 열을 올렸다.

이 같은 원칙주의적 태도는 유고뿐 아니라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 측에도 골칫거리가 됐다.

유고는 1월 코소보 라차크 지방에서 발생한 대량학살 사건을 조사하기 위해 국경을 찾은 그녀의 입국을 거부했다.

나토 역시 코소보사태와 관련된 증거를 모아 넘겨달라는 아르부르의 요구에 성의를 보이지 않았다.

이번 기소에 필요한 증거들은 아르부르 자신이 마케도니아 국경지역의 난민들에게서 직접 청취한 증언이 토대가 됐다.

미국을 비롯한 나토측은 전범기소에 일단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내심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아르부르가 "평화협상에 서명한다 해도 전범에 대한 사면은 없을 것" 이라고 공언하고 있어 밀로셰비치를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기가 더욱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아르부르는 헤이그 주재 유고대사관을 통해 구속영장을 전달할 예정이다.

하지만 유고가 이에 응할 리 없고 재판소는 강제구인 권한이 없기 때문에 당분간 재판이 진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상태다.

캐나다 몬트리올 출생의 아르부르는 요크셔대 법학과 교수.온타리오 지방법원판사 등을 역임했으며 민권자유연맹 부회장을 맡는 등 인권운동에도 정열적으로 활동해왔다.

이훈범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