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고차 사도 새차처럼 AS…품질보증·정찰제 확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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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서울장안평 중고차시장 인근에 위치한 월드오토타운. 전시장 문을 열고 들어서면 10여대의 외제차가 화려한 조명을 받으며 주인을 기다리고 있다.

언뜻 보면 새차와 다르지 않지만 자세히 보면 손때가 묻어 있고 간혹 긁힌 자국도 보인다. 여느 중고차들과는 달리 비바람을 피해 아늑하게 전시돼 있을 뿐이지 전시된 차는 모두 중고차다.

중고차 업계가 달라지고 있다. 실내 전시장이 생겨나고 새차처럼 품질보증제를 도입하는 업체가 잇따르는가 하면 연중무휴로 밤 늦은 시간까지 영업하는 곳도 등장하는 등 소비자 유치 경쟁이 한창이다.

중고차 거래가 활기를 띠면서 신규 진출업체가 늘어남에 따라 서비스 경쟁이 불붙은 것이다. 중고차 매매업체는 지난해 말 2천65개에서 5월 현재 2천3백70여개로 15% 증가했다. 올 1~4월 중고차 거래대수도 44만5천8백대를 기록해 지난해 동기보다 13% 늘어났다.

월드오토타운은 지난 4월말 중고차 업체론 처음으로 2백평 규모의 실내 전시장을 개설, 영업에 들어갔다. 뿐만 아니라 3개월.3천㎞ 품질보증제를 실시하고 있으며, 최장 20개월의 자체 할부 (연리 20%) 도 실시중이다.

임창용 사장은 "지금은 외제차와 국산 고급차만 취급하지만 앞으로 전국에 8개의 대리점을 모집해 체인화할 계획" 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11월 서울가양동에 문을 연 한길자동차종합타운 내 한길자동차상사.영광상사.한빛상사 등도 판매차량에 대해 자체 검사를 실시해 3개월~1년의 품질보증을 해주고 있다.

한길타운의 경우 정비소.검사소.폐차영업소.세차장.액세서리점 등 자동차 관련 부대시설을 모두 갖춰 '원스톱 서비스' 를 제공하고 있기도 하다.

이달중 개업 예정인 마스타중고차판매도 동력전달장치에 6개월 품질보증을 실시하는 한편 구입후 1년간 사고가 나거나 고장이 발생하면 무상 견인서비스를 해줄 방침이어서 관심을 끌고 있다.

지난달 서울상계동에 문을 연 북부자동차매매상사는 5백여평의 대규모 전시장에 조명시설을 갖추고 연중무휴로 밤 10시까지 영업중이다. 이 회사 역시 차 구입고객에게 기술검사서를 제공하는 한편 가격 정찰제를 도입해 소비자의 신뢰를 쌓을 방침이다.

특히 오는 8월에는 서울양평동에 지하 1층.지상 7층.연건평 6천여평에 1천5백대를 동시 전시할 수 있는 대형 중고차매장 전용빌딩 (청우오토프라자) 이 문을 열 예정이라 눈길을 끈다. 이 빌딩에는 1층에는 중고차 경매장이 들어서고, 2~7층에는 42개 매매업체가 입주할 예정.

청우 임덕환 사장은 "날씨가 흐리거나 눈.비가 오는 날에는 차 상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없어 중고차 매매가 금기시됐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며 "정찰제와 품질보증제를 도입해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듯 중고차를 구입할 수 있게 할 것" 이라고 말했다.

중고차매매조합연합회 관계자는 "시장이 개방되고 대기업도 진출을 노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중고차 업계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며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한 중고차 매장이 속속 등장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차진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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