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콕스보고서 경제적 파장] 각국 연쇄 외환위기 가능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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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중국 대사관 오폭사건에 이은 중국의 핵기술 절취 보고서 파문으로 미.중 양국간 경제적 협력관계에 심각한 주름이 지고 있다.

미 의회는 대중 (對中) 첨단기술 수출규제와 함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가입협상의 중단을 클린턴 행정부에 요구하고 나섰다.

의회가 첨단기술 수출 규제법안을 도입할 경우 당장 미국의 인공위성 관련업체와 컴퓨터.통신업계가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의 WTO가입 협상은 지난 8일 중국 대사관 오폭사건 이후 중단상태다.

미국과 중국은 당초 이번 주말 협상을 재개할 계획이었으나 '콕스 보고서' 가 발표되면서 협상일정을 무기한 연기했다.

미 행정부는 안보문제와 경제협력은 별개라며 중국과의 협상을 계속하겠다는 희망을 피력하고 있다.

미 무역대표부 (USTR) 의 샬린 바셰프스키 대표는 "콕스 보고서가 중국을 연내에 WTO에 가입시키려는 미국의 노력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않을 것" 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행정부의 이같은 기대가 의회의 거센 '중국 때리기' 분위기 속에서 온전히 실현되리라고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미.중 관계 악화로 당장 클린턴 행정부의 발등에 떨어진 불은 다음달 3일까지 의회에 통보해야 하는 중국에 대한 정상무역관계 (NTR) 연장 요청이다.

과거 최혜국대우 (MFN) 로 불렸던 NTR는 교역 상대국에 대해 가장 낮은 관세율을 적용하는 조치로 대부분의 나라에는 영구적인 지위를 인정하고 있으나 유독 중국에 대해서 만큼은 매년 의회의 동의를 얻어 1년씩 연장해주고 있다.

미 행정부는 당초 중국의 WTO가입을 전제로 올해부터는 아예 영구적인 NTR 지위의 인정을 요청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중국에 대한 의회의 분위기가 냉랭해지면서 1년 연장으로 선회했지만 이마저 의회가 선선히 동의해 줄지 미지수다.

중국쪽의 반응도 심상치 않다.

중국은 국내에 반미 분위기가 득세하고 개방파인 주룽지 (朱鎔基) 총리의 입지가 좁아지면서 기존의 개방계획마저 거둬들이겠다는 입장이다.

지난달 주룽지 총리의 미국 방문때 제시했던 개방계획을 철회하는 것은 물론 당시 합의했던 농산물시장의 개방약속조차 지킬 수 없다는 것이다.

중국이 수출감소와 성장둔화에 직면하게 되면 지금까지 억제해 왔던 위안화에 대한 평가절하 압력이 커지게 된다.

위안화의 평가절하는 외환위기에서 겨우 벗어나고 있는 동남아국가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하고, 세계경제는 또다시 연쇄적인 금융.외환위기의 수렁에 빠져들 우려가 크다.

워싱턴 = 김종수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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