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후의 만찬' 22년만에 복원…작품가치 놓고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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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최후의 만찬인가, 아니면 '잃어버린' 만찬인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최후의 만찬' 이 22년간의 복원작업 끝에 28일 일반에 공개되면서 복원작품의 가치를 둘러싸고 뜨거운 논쟁이 일고 있다.

핵심적 논란은 복원팀이 덧칠을 제거하고 여백을 채우는 과정에서 원작이 상당부분 사라졌느냐의 여부다.

미국 UCLA 레오나르도 연구센터에 컨설팅을 하고 있는 자크 프랑크는 "과거 수차례에 행해진 덧칠을 모두 없앤 나머지 레오나르도가 전하고자 한 미적 의미들이 사라졌다" 며 "예수가 제자의 배반을 앞두고 가진 만찬의 극적 분위기가 소멸, 영혼을 잃어버린 작품이 되고 말았다" 고 주장했다.

지난해 이미 이탈리아 중앙복원연구소장 카를로 베르텔리도 "결국 복원이 원작을 파괴하고 말았다" 며 "원작의 20%만이 살아 남았으며 나머지는 복원자들의 덧칠에 불과하다" 고 주장, 복원을 할 필요성이 있었는지에 의문을 제기했었다.

이에 대해 지난 78년부터 복원을 진두지휘했던 피닌 브람빌라 (여) 는 "덧칠을 벗겨내야 원작을 복원할 수 있는 것 아니냐" 며 "실제로 벗겨내자 제자들의 눈이 확연히 나타났고 식탁 위의 음식과 옷의 주름까지 식별할 수 있었다" 고 주장했다.

그녀는 또 "우리가 덧칠하지 않았을 경우 작품은 황량한 느낌만을 발산하는 죽은 작품일 수밖에 없었다" 며 "원작이 50%는 살아 남았다" 고 반박했다.

특히 조반나 멜란드리 이탈리아 문화장관도 최근 "브람빌라의 헌신으로 지난 1백년간의 가장 중요하고 특별한 복원이 가능했다" 며 "이 작품은 '다시 태어난 명작' " 이라며 복원팀을 거들고 나섰다.

이와 함께 이번 논쟁은 복원과정의 국제적 협의에 대한 논란으로 이어지고 있다.

미술사 연구가인 제임스 벡은 "이탈리아는 시스틴 성당에 있는 미켈란젤로 작품의 복원처럼 외국 전문가로부터 자문을 구했어야 했다" 며 이탈리아 정부의 독단을 비판했다.

한편 브람빌라는 "이제 60대 할머니로서 머리가 하얗게 변하고 목.어깨가 결린다" 며 "지난 20여년은 '최후의 만찬' 과 함께 한 삶" 이라고 말했다.

하재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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