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고진하 '예수' 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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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지만

당신 이름을 팔아 포도청으로 흘러 넣는 국물로

겨우겨우 연명해 가지만

당신이 좋은 것, 불완전하기 때문이야

그럴 수밖에 없어

납죽납죽 엎드리는 것들.

소금에 절인 배추처럼 숨 죽은 것들.

어처구니 없는 가난과 고통과 질병의 바닥에서

간신히들 꽃피우며 사는 것들을

당신이, 다앙신이, 사랑하기 때문이야

- 고진하 (46) '예수' 중

이렇게 시인이 목사이면 좋겠다.

시인이 신부이면 좋겠다.

무슨 엄숙주의와 경건주의 사절하고 이렇게 벗어버린 인간의 말로 날마다 만나는 예수에 대한 푸념이면 좋겠다.

허물없는 사이야말로 일치의 기본이니 마치 오래된 부부 사이의 그것으로 신앙이 좋겠다.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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