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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는 곧 자식건강…질병.체질등 유전인자 예측가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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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21세기는 예측의학의 시대. 2003년 인간의 유전자를 모두 밝혀내는 인체게놈사업이 완성되면 질병발생은 물론 앞으로 태어날 자녀의 생김새까지 미리 알아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지금도 예측할 수 있는 수단은 있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멘델의 유전법칙을 이용하는 것. 둥근 완두콩과 주름진 완두콩을 교배시키면 둥근 완두콩만 나온다.

둥근 것이 우성 (優性) , 주름진 것이 열성 (劣性) 이기 때문이다.

푸른 눈동자와 갈색 눈동자를 지닌 남녀가 만나 결혼하면 갈색 눈동자를 지닌 자녀가 태어난다.

직모와 곱슬머리는 곱슬머리가, 무른 귀지와 마른 귀지는 마른 귀지가, 흑발과 금발은 흑발이 우성이다.

재미있는 것은 유전법칙이 미인 (?) 을 택한다는 것. 높고 뾰족한 코가 낮고 뭉뚝한 코보다 우성이며 쌍꺼풀이 홑꺼풀보다 우성이다.

그러나 인간의 모든 생물학적 특성을 이처럼 우성과 열성으로 판가름할 순 없다.

한양대의대 유전학과 조율희 (趙律熙) 교수는 "인간의 경우 완두콩과 달리 생김새와 관련된 몇 가지 특성을 제외한 대부분이 여러 유전자가 복합적으로 관여해 만들어지기 때문" 이라고 설명했다.

대표적 사례는 키. 물론 키가 큰 부모끼리 만나면 자녀 역시 키가 클 확률이 크다.

그렇다면 키가 큰 아버지와 키가 작은 어머니가 만난다면 어떻게 될까. 키는 눈동자의 색깔처럼 한가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므로 예측이 쉽지 않다.

게다가 키는 영양과 운동 등 후천적 환경요인에도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통계적 기법을 이용하면 자녀의 키를 예측할 수 있다.

서울중앙병원 소아과 유한욱 (柳漢旭) 교수는 "부모의 키를 합해 둘로 나눈 평균치에서 남아는 6.5㎝를 더하고, 여아는 6.5㎝를 빼주면 자녀의 키를 추정할 수 있다" 고 설명했다.

예컨대 아버지가 180㎝, 어머니가 160㎝이라면 남아는 176.5㎝, 여아는 163.5㎝가 될 확률이 크다는 것. 생김새뿐 아니라 어떤 질병에 걸릴 확률이 큰지도 미리 짐작할 수 있다.

대표적 질환은 유전병. 지금까지 밝혀진 유전병만 6천여 종을 넘는다.

이중엔 색맹처럼 생활에 불편을 주는 유전병도 있지만 혈우병처럼 치명적인 유전병도 있다.

柳교수는 "가족 중 유전병이 있는 경우, 기형아나 2회 이상 이유없는 유산을 경험하거나 35세 이상의 산모인 경우 자녀에게 유전병이 나타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아기를 낳기전 반드시 유전상담을 하라" 고 권했다.

대대로 특정 암이 많이 발생하는 집안이라면 유전성 암도 눈여겨 봐야 한다.

암 유전자가 있는 경우 정상인에 비해 암 발생률이 수십 배나 높기 때문이다.

현재 서울대병원 암유전자클리닉에서 위암.유방암.대장암.난소암 등에 대해 혈액검사.가계도 작성으로 암 유전자 검진을 해준다.

당뇨.대머리.고혈압.갑상선기능항진증.고도근시 등도 대물림 경향이 큰 질환.

노원을지병원 내과 전재석 (全在錫) 교수는 "일란성쌍둥이중 한쪽이 당뇨에 걸릴 경우 다른 쪽도 거의 100% 당뇨에 걸릴 정도로 당뇨는 유전적 요인이 강한 질환" 이라며 "집안에 당뇨환자가 있으면 자신이나 자녀에게도 발생할 가능성이 큰 만큼 당뇨에 걸리지 않도록 식사와 운동에 신경을 써야한다" 고 강조했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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