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성직 전문기자 리포트] 과적차 단속 허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5면

"과적을 해도 44t만 안 넘으면 된다" . 15개 한강교량을 비롯, 시내 35곳에서 벌이는 서울시의 중차량단속 지침이다.

18t트럭이 25t을 실어도 전체 중량이 44t이 안되면 한강다리를 무사통과한다.

25t 덤프트럭도 총중량은 39t밖에 안되니 문제가 안된다.

때문에 하루 17만대에 달하는 도강 (渡江) 화물차량중 적발대상은 62대밖에 안된다.

6백57명이나 되는 단속원이 하루 0.6건을 적발하는 실효성 없는 시스템이다.

서울시내를 운행하는 중차량은 하루 9천여대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지만 한 설문조사는 "운전자의 62.3%가 뇌물을 주거나 다른 교량으로 피해 건넌다" 는 것으로 나와 있다.

10t 넘게 과적을 한 중차량들이 단속을 피해 새벽에 서울시내 곳곳을 누비는 곡예.불법운행이 성행하는 이유다.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이광훈 (李光勳.교통공학) 박사팀은 최근 '서울시 중차량 운행제한체계 개선방안연구' 에서 "총톤수 기준의 중차량단속 체계에 허점이 있다.

단속기준에 축하중 (軸荷重) 을 추가해야 한다.

교량.도로구조물 안전은 차량의 총중량과 함께 축하중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 이라고 주장했다.

고속도로.국도는 물론 서울을 제외한 다른 도시는 모두 교량과 함께 모든 도로를 총중량.축하중을 함께 적용해 운행을 제한한다.

서울시는 축하중은 도로파손에, 총중량은 교량구조에 영향을 미친다는 논리를 내세우나 전문가들은 축하중도 교량상판에 영향→차량주행시 충격계수를 높임→결국 교량구조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지적한다.

총중량기준으로는 단속불가능한 15t 덤프트럭을 축하중기준은 1~2t만 과적해도 적발해낸다.

규제의 초점을 과적차량에 맞추자는 의미다.

중차량도 꼭 필요할땐 한강을 건너야 한다.

그러나 운행허가절차가 전근대적이다.

운행시 차량중량이 48t이 넘는 건설기계는 특별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절차가 너무 복잡하다.

통과할 도로구조물에 대해 통과하중을 모두 운행자 스스로 계산해 통과할 지방자치단체에 각각 제출해야 한다.

웬만한 전문가가 아니곤 작성할 엄두를 못내는 서식이다.

계산방법.시간.비용이 모두 힘들다.

자료를 갖고 있는 당국이 구조물별 통과가능 하중을 계산해주면 되지만 그런 서비스는 없다.

운행시 중량이 48t이 안되면 약식운행허가를 받는다.

구조물계산서를 작성하지 않아도 되지만 다른 절차도 쉽지는 않다.

부산시처럼 차량중량계산표를 대신 작성해주는 등 서비스를 하는 지자체도 있지만 대부분 운전자 몫이다.

게다가 기중기는 중량은 48t 이하라도 축간거리가 짧기 때문에 약식허가대상이 못된다.

때문에 운전자들은 "운행허가를 받기 보다 아예 주머니에 돈을 넣고 다니는 게 편하다" 고 실토할 정도로 부조리가 만연한다.

특히 서울시는 중차량에 대해 제한지역 운행허가증을 발급한 사례는 거의 없다.

전문가들은 "외국은 차량의 구조 및 분리가능여부에 따라 63~72t까지도 약식운행허가를 내주는 시스템" 이라며 도로구조물의 보전과 안전성을 확보하는 범위내에서 산업.경제활동을 지원하는 행정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당국도 잘못된 규제임을 알고 있지만 규제대상 확대로 인한 부작용을 겁내 선뜻 나서지 않는다.

운행허가절차를 고쳐 과중차량을 제도권에 수용하면서 운행시간대.루트.적재방식을 적절히 통제하는 시스템을 도입해야 한다.

벌칙 조항도 고쳐야 한다.

위반시 운전자, 건설기계사업자, 과적을 요구한자 (화주) 모두에게 부과되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2백만원 이하의 벌금' 을 예산을 들이는 지자체, 전과자가 돼야 하는 운전자 입장을 고려해 과태료로 바꾸는 게 좋을 듯싶다.

음성직 전문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