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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문화] 뉴욕의 볼리우드(봄베이+할리우드)문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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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 2년간의 런던 공연 성공을 발판으로 뉴욕 브로드웨이에 상륙해 인도 붐을 일으키고 있는 뮤지컬 ‘봄베이 드림’의 한 장면.

세계의 수도로 불리는 뉴욕 곳곳에서 '볼리우드'문화가 익어가고 있다. 볼리우드는 인도 최대의 상업.문화도시인 '봄베이'(현 지명은 뭄바이)와 '할리우드'의 합성어로, 영화 등 인도의 대중문화를 일컫는 말이다. 현재 뭄바이에서는 할리우드와 맞먹는 1000편 이상의 영화가 매년 제작되고 있으며 음악.미술.패션산업도 번창하고 있다.

음악을 앞세운 볼리우드 문화는 서구와 영어를 같이 쓰면서 다른 동양문화보다 쉽게 뉴욕 바닥에 스며들고 있다. 인도계 유선방송에서는 곧 개봉될 인도영화 광고를 쉴 새 없이 내보내고, FM방송 89.3은 하루 종일 인도 음악을 쏟아낸다.

뉴요커들이 최고로 꼽는 인도 출신 음악인은 자키르 후사인과 볼리 사구다. 1970년 미국으로 건너온 후사인은 다양한 수상 경력을 자랑하고 있으며, 사구는 인도 고유의 음악 '방그라'와 펑크 음악을 가장 잘 조화시킨다는 평을 받고 있다.

이들이 젊은 세대의 대표 주자라면 라비 샨카는 한세대 전 미국 땅에 인도 음악의 씨를 뿌린 선구자다. 인도의 '음악대사'라는 별명을 가진 샨카를 비틀스의 조지 해리슨은 "세계 음악의 대부"라고 부르기도 했다.

맨해튼 동남쪽 이스트빌리지에 위치한 '볼리우드 디스코'는 인도계 젊은이는 물론 색다른 문화를 찾아나서는 뉴요커들의 발길을 잡아끄는 곳이다.

2002년 5월 개업한 이 디스코장의 주인이자 DJ인 레카는 "인도 고유의 리듬과 재즈나 힙합 간 하이브리드 음악과 춤을 즐기는 젊은이들이 주말이면 넘쳐난다"고 말한다.

이곳과 멀지 않은 곳에 자리잡은 '쿠시 라운지'는 서남아풍 문화를 꽤나 비싼(1인분에 50~100달러) 음식에 얹어 전달하는 곳이다. 쿠시를 운영하고 있는 카시 케일은 "독특한 비트와 리듬을 가진 인도.아프리카.중동 지역의 음악을 들려주고 있다"며 "고객들도 그런 음악을 듣고 싶어 찾아오는 사람들"이라고 소개한다.

최근 볼리우드 문화의 맨해튼 상륙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은 뮤지컬 '봄베이 드림'이다. '캣츠' '오페라의 유령' 등으로 당대 최고의 뮤지컬 대가로 꼽히는 앤드루 로이드 웨버와 인도 출신의 영화감독 샤커 카푸르가 공동 제작한 이 작품은 약 2년간 런던 공연에서 얻은 자신감으로 지난 4월 말 브로드웨이에 입성했다. 봄베이 빈민가 출신의 청년과 부유한 볼리우드 영화제작자 딸의 러브스토리를 줄거리로 삼고 있는 이 뮤지컬을 본 레베카 바우먼은 "아름다운 선율과 화려한 세트, 웅장한 쇼가 인도 젊은이들의 사랑과 야망을 잘 표현했다"고 평했다.

인도 문화의 확산은 날로 커가는 인도 출신들의 파워를 의미하기도 한다. 과거 오랫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있었던 인도는 자연스레 영국과 많은 관계를 맺어왔다. 그러나 영국의 퇴조와 더불어 미국 경제가 날로 커지면서 인도 젊은이들은 60년대부터 무대를 미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현재 미국 내 인도 출신은 170만명을 넘는다.

매디슨 애버뉴와 25번가가 만나는 곳에 있는 퓨전 레스토랑 '태블라'와 같은 음식점도 인도 문화 전파에 한몫 한다. 이런 식당에선 '방그라'음악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펀잡지방의 풍년 의식에서 시작됐다는 방그라는 결혼식 등 각종 축제에 감초 같이 끼는 전통음악으로, 영국을 거쳐 미국으로 건너와 재즈나 레게.록과 어울리면서 인도풍 음악을 미국 저변에 심었다.

뉴욕=심상복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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