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 여직원 알뜰쇼핑 비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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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백화점 여직원들은 주로 폐점시간 직전에 고급 빵을 저렴하게 구입한다. 냉장고.세탁기 등 대형 가전제품은 매장에 진열됐던 상품을 싸게 파는 기회를 이용하고 있다.

또 의류는 재고.이월상품을 40~50% 싸게 산 후 대신 최신 유행하는 액세서리.스카프로 치장하는 알뜰 쇼핑을 즐긴다. 현장에서 물건을 파는 직원만큼 질좋은 물건을 값싸게 고르는 사람은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백화점 등에서 물건을 파는 매장 직원들의 쇼핑 요령을 알 수 있다면 '알뜰 쇼핑' 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본지는 롯데.신세계.현대백화점 등 서울 시내 주요 대형 백화점 9곳의 기혼.미혼 여직원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실시, 이들의 쇼핑 요령을 분석.정리해 봤다.

◇ 신선 식품류 = 각 백화점은 폐점 (8시 전후) 1시간 전후로 신선 식품을 아주 싸게 내놓는다. 그 날 못팔면 그만이기 때문. 특히 지하의 제과.제빵 매장은 떨이 판매로 유명해 고급 빵을 정가의 절반 값에 살 수도 있다.

S백화점 한 여직원은 "값싼 고급 빵을 많이 사 먹는다" 고 말했다. 고객 입장에서는 똑같은 제품을 싸게 사고, 매장으로서는 자칫하면 버려야 할 제품을 처분할 수 있어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셈.

생선도 당일 모두 팔아야 하는 업체 특성상 할인폭이 30~50%로 커 이를 알뜰 쇼핑으로 이용하고 있다. 채소 등도 마찬가지.

◇ 가전품 = 현대의 주부사원 조경란 (31) 씨는 항상 가전제품을 구입할 때면 백화점들이 진열상품을 팔 때를 기다린다.

백화점들은 월별.분기별로 품목당 한 두가지 씩 진열됐던 상품을 시중가보다 30~50% 싸게 팔고 있기 때문. 신문에 끼여 들어오는 광고 전단에도 이들 행사가 표시된다.

조씨는 "냉장고.세탁기.오븐 등의 진열상품은 신상품과 전혀 다르지 않으면서도 값은 많이 싼게 특징" 이라며 "다만 TV나 오디오 진열상품은 하루종일 켜 놓아 신상품과 달리 음질이나 화질이 다소 떨어질 수 있어 피하는게 좋다" 고 귀띔 했다.

뉴코아의 관계자는 이와 관련 "진열품은 제조업체서 일반 납품가격보다 30%정도 싸게 매입하기 때문에 이를 고객서비스 차원에서 값싸게 다시 처분 하는 것" 이라고 말했다.

◇ 의류 = 롯데의 하수연 (28) 씨는 지난해 30만원이 넘는 여성정장이 한 달도 안돼 에스컬레이트 주변의 간이 판매대에 18만원짜리로 둔갑해 나오는 것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그녀는 그후부터 절대로 정상매장에서는 물건을 사지 않는다.

신상품이 정상매장에 나온 후 한두달 이내에 할인매장으로 나오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를 활용한다는 것.

미도파의 송혜정 (27) 씨는 정상매장에서 신제품을 살 때는 반드시 책임자를 찾아 10% 안팎의 '특별 할인' 를 받는다. 백화점마다 다르긴 하지만 대부분은 담당자가 재량으로 어느 정도 할인 권한을 가지고 있기 때문.

이밖에 롯데의 김정숙 (31) 씨와 신세계의 권정애 (29) 씨는 단골 매장을 정해 항시 그 곳에서 상품정보를 얻고 물건을 산다. 단골을 만들어 놓으면 일반인이 모르는 특별 상품이 있을 때 연락을 해주는 경우가 흔해 20~30%씩 파격적으로 싸게 살 수 있다.

이런 이월 상품이 유행에 다소 뒤진다는 생각이 들 때는 최신 유행의 액세서리나 스카프 등을 명동 등에서 구해 이를 상쇄 시킨다는 것.

◇ 잡화 등 기타 = 한신코아의 주부사원 이현주 (28) 씨는 백화점의 자사브랜드만을 찾아 다닌다. 한신코아의 경우 '탐탐' 이란 글자가 앞에 붙은 우유 (8백90원/9백30㎖) 와 고추장 (1천원/5백g) 을 시중가보다 40%안팎 싸게 구입하고 있다. 또 롯데의 한현숙 (27) 씨는 가족이 필요한 물건 리스트를 항시 표로 작성해 논 후 집에 들어 오는 전단 (傳單) 의 상품 가격을 비교 한다.

이렇게 하면 불필요한 쇼핑을 자제할 수 있고 필요한 물품만 싸게 구입하는 요령이 된다. 특히 백화점에서 할인점에 대응하기 위해 한편 구석에 마련해 놓은 묶음 판매대는 의예로 값싼 물건이 많다. 따라서 이곳 할인코너에는 백화점 여직원들이 치약.샴푸.참치통조림 등을 사기 위해 자주 이용하는 곳.

김시래 기자

◇ 조사에 협조해 주신 분들 = ▶롯데 김정숙.한현숙.하수연 ▶신세계 김성연. 장명희. 김정순. 이애식. 조영자.권정애 ▶현대 채영애.홍영선.조경란 ▶한신코아 김정희. 조은숙.윤순금. 이현주 ▶한화유통 서정자.유진숙.문순옥 ▶미도파 장미나.송혜정. 김경화.최지혜 ▶뉴코아 백춘화.윤미영. 엄정선.황선혜 ▶경방필 배명순.박지선. 김지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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