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제개혁 신문고] 개인택시면허 장벽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개인면허 취득이 꿈인 김인철 (金仁哲.50.서울중랑구신내동) 씨는 서울시 공릉동의 D택시회사에서 11년째 일해온 베테랑 기사. 그에겐 '직장 선택의 자유' 가 남의 나라 얘기처럼 들린다.

"무사고로 운전하면 그만이지, 왜 꼭 한 회사에 근무해야 자격을 준단 말입니까. " 그는 근무조건에 불만이 많다.

택시업계의 숙원이던 월급제가 두루뭉수리로 적용되는 바람에 장기근속에 따른 혜택이 적고, 이전 도급제의 장점도 거의 사라졌기 때문이다.

여건이 좀 나은 다른 회사로 옮길까 하는 생각이 든지 오래다.

운전경력 16년에 무사고 9년. 탐낼 만한 경력이라 이미 제의가 들어왔던 터였다.

그러나 엄두가 나질 않는다.

회사를 바꾸는 순간 개인택시 면허취득의 꿈이 스러질 걸 생각하면 '에이, 그냥 견뎌 보지' 하게 된다.

서울시 개인택시면허 사무처리 규정에 따르면 그가 회사를 옮기는 경우 개인택시 면허 발급요건 중 하나인 '한 회사 7년 근속' 조항에 걸리게 된다.

'택시운전 10년간 무사고' '상업자동차 운전 15년간 무사고' 에 이어 우선순위 세번째 조항이라지만 개인면허 취득이 하늘의 별따기인 요즘 상황에선 치명적이다.

택시 숫자 상한을 7만대로 묶은 서울시는 지난 96년 이후 개인택시 신규자격증을 발급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자격요건을 갖춘 '대기자 (待機者)' 들이 급증, 4천여명이나 된다는 게 택시노조 관계자들의 추산이다.

비는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로 내줄 수 있는 면허 수도 적어 개인면허의 '진입장벽' 은 철벽이다.

이런 마당이니 아무리 좋은 조건으로 손짓하는 회사가 있어도 공든 탑을 무너뜨릴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동안 회사택시 운전자들은 '7년 근속' 규정에 대해 "반드시 없애야 할 독소조항" 이라고 비판해 왔다.

택시회사들이 이를 미끼로 중견 기사들의 발목을 잡고 불평등계약을 한다는 이유에서다.

이들은 임금.근로조건과 관련해 억울한 일이 많아도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해왔다.

"어지간하면 참으시지요. 개인면허 딸 때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라는 회사측의 말만 들으면 힘이 쑥 빠져 버린다.

예컨대 金씨의 월급은 81만6천원으로 운전경력 3년인 젊은 동료보다 겨우 5만원쯤 많다.

그러나 회사에 이의를 제기할 수 없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대부분의 회사택시 기사들이 웬만한 접촉사고는 자신의 부담으로 때운다.

이에 대해 건설교통부 등 관계부처의 담당자들은 "문제점이 있는 줄은 안다.

하지만 이미 지방자치단체에 선발조건 결정을 이관한 상태" 라고 말한다.

서울시는 "앞으로 새로운 규정을 만들 때 이 문제를 감안할 방침" 이라고 했다.

부산.인천.광주 등에서도 한 회사 근속조항을 무사고운전 기록과 함께 필수 요건으로 삼고 있다.

뉴욕.런던.도쿄 등 세계 주요 도시에서도 개인택시 면허의 요건이 까다롭지만 '근속의무 조항' 은 없다.

특히 런던의 경우 택시운전 자격시험을 통과하면 어떤 택시건 몰 수 있다.

또 일본도 최근 증차제한을 없애 개인택시 면허를 받기가 쉬워졌다.

기획취재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