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맥짚기] '부실채권'담보 매물 파장 클듯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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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다들 앞으로의 부동산 경기를 낙관적으로 보는 것 같다. 경제상황이나 지금의 시장 분위기로 볼 때 그렇게 해석할 수 밖에 없을 게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그처럼 한가한 생각을 할 때가 아니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성업공사가 금융기관 부실화를 막기 위해 매입한 부동산이 본격적으로 시장에 쏟아져 나오면 문제가 심각해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일반 공매용 부동산은 짬짬이 선보였지만 국제입찰을 통해 매각된 부동산 담보채권이나 부동산은 시장에 나온 게 적어 이들 부동산의 파급영향에 대해 신경을 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요즘 그런 부동산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미국투자회사인 론스타는 지난해 말 국제입찰을 통해 낙찰받은 부동산을 자산 관리.운용회사인 허드슨 캠코 어드바이저스를 통해 일반에 매각중이다.

이번 매각물량은 담보채권분까지 쳐도 5천6백50억원밖에 안되고 매물량도 1천5백건에 지나지 않아 부동산 시장에 미칠 영향은 그렇게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제입찰에 부쳐진 부실담보 채권이 빙산일각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앞으로 40여조원어치가 이런 방식을 통해 시장에 쏟아져 나오게 되고 올해 매각분만도 16조원이나 된다. 물론 여기에는 부동산과 직접 관계없는 무담보 채권이 약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이들 부동산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것은 아니지만 어떻든 수조원의 매물이 홍수 출하될 경우 기존 부동산값 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외국투자회사들은 당초 채권원가의 40~50%선에 낙찰받은 부동산을 시세의 70~80%선에 내놓을 것으로 알려져 더욱 걱정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투자회사가 부동산값을 낮추면 기존 부동산값도 이 수준으로 하락하고 이렇게 되면 다시 부동산 시장이 위축돼 큰 혼란이 생기게 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물론 우리나라 부동산 거래량이 95년 기준으로 약 3백조원 가량 되는 점을 감안하면 크게 신경 쓸 일이 아니라는 시각도 있다.

하지만 구매력이 더 커지지 않은 상황에서 매물이 과잉 출하될 경우 부동산 시장이 위축되지 않을 수 없다는 게 이 분야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이런 문제를 감안해 성업공사측에서 출하량을 조절하고 있지만 그것만으로는 한계가 있으므로 늦기 전에 정부차원의 대책을 세워둘 필요가 있을 것이란 주장이 강하다.

최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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