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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명곡20] 벤자민 브리튼 '전쟁레퀴엠'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9면

62년 5월30일 영국 코번트리 대성당. 2차대전 때 나치 공습으로 파괴된 폐허 위에 복원된 이 건물의 재헌당식에서 3명의 독창자와 혼성합창.오케스트라.오르간을 위한 장대한 음악이 울려 퍼졌다.

죽은 자를 위한 미사의 라틴어 가사와 1차대전 당시 25살의 나이로 전사한 윌프레드 오웬 (1893~1918) 이 남긴 시에 곡을 붙인 벤자민 브리튼 (1913~76) 의 '전쟁 레퀴엠' 이 대중에게 알려진 순간이었다.

브리튼은 연합국과 독일 간의 화해의 메시지를 담아 초연때 테너 피터 피어스 (영국).바리톤 디트리히 피셔 디스카우 (독일).소프라노 갈리나 비슈네프스카야 (러시아) 를 독창자로 선정했다.

피어스는 브리튼이 38년 어머니를 여읜 후 1년만에 '동거' 에 들어간 둘도 없는 '친구' .비슈네프스카야는 첼리스트 로스트로포비치의 아내다.

이 곡은 2차대전때 전사한 브리튼의 친구 4명에게 헌정됐다.

초연 당시 더 타임스지는 모차르트.베르디.포레 다음 가는 '레퀴엠' 의 걸작이라고 호평했다.

피셔 디스카우는 리허설 도중 연신 눈물을 훔쳤다.

2차대전 막바지에 소년병으로 나치군에 입대, 전쟁의 참혹상을 뼈저리게 느꼈기 때문. 이듬해 브리튼은 런던 킹스웨이 홀에서 초연 당시 멤버로 레코딩에 들어갔다.

이 음반은 발매 5개월만에 25만장이 팔려나갔다.

88년 영국의 아방가르드 영화감독 데릭 자먼 (57) 이 같은 제목으로 만든 영화는 뮤직 비디오의 선구자격. 브리튼의 녹음이 사운드트랙으로 흐른다.

'반전 (反戰) 음악의 최고봉' 으로 손꼽히는 이 곡은 68년 9월 소련 탱크가 체코 국경을 넘을 때 에딘버러 페스티벌에서 연주됐다.

◇ 추천음반 = ▶벤자민 브리튼, 런던심포니와 합창단 (데카) ▶사이먼 래틀, 버밍엄심포니 (EMI) ▶존 엘리엇 가디너, 몬테베르디 합창단.북독일방송교향악단 (DG) ▶리차드 힉콕스, 세인트 폴 성당 합창단, 런던심포니 (샨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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