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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중국 60년 <7> 베이징 하늘에도 신은 존재하는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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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神 <귀신 신> 현세주의적 가치관이 강한 중국에 새로 불어 닥치는 것은 종교 바람이다. 불교와 개신교 등의 종교가 세를 넓혀가고 있다. 종교의 윤리·도적적인 역할에 주목한 중국 정부의 제한적인 개방 정책이 그 배경이다. 종교적 영성(靈性)은 과연 현대 중국의 정신세계를 넓힐 수 있을까.

중국 쓰촨(四川)성 청두(成都) 남서쪽 어메이산(峨眉山)에 있는 만년사에서 불교 신자들이 향을 피우고 있다. 고속 경제성장을 거듭해 온 중국에도 이제 정신적 공백을 메우기 위한 일반인들의 신앙생활이 활발해지고 있다. [쓰촨=김경빈 기자]

‘쥐만 잘 잡는다면 그 고양이는 좋은 고양이다. 털 색깔을 따지는 건 무의미하다.’ 실용주의를 대변하는 중국식 논리다. 그렇다면 쥐를 다 잡은 다음엔 어떻게 되는 것일까. 배가 부르면 모든 게 끝나는 것일까. 먹어도 먹어도 채워지지 않고 늘 텅빈 것 같은 마음 한 켠은 어떻게 채워야 하나. 새로운 고민이 중국을 기다리고 있다.

중국 랴오닝성 선양시에서 고속도로를 타고 두 시간을 달리니 하이청(海城)이 나온다. 고속도로를 빠져나와 시골길을 이리저리 한참 헤맨 끝에 도착한 곳은 대비사(大悲寺). 중국의 여느 불교 사원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자욱한 향 연기도 없고, 또 신도들이 복을 바라며 돈을 바치는 불전함(佛錢函·중국은 功德箱)도 보이지 않는다. 누더기처럼 승복 여기저기를 꿰맨 차림의 스님과 공사장 일꾼 같은 이들만이 조용히 절을 오가고 있다.

“오로지 계율을 철저하게 지키는 것만이 이 세상의 희망이 될 것입니다. 새벽 2시에 일어나 하루 한 끼의 음식을 먹으면서 이곳의 스님들은 매일 정진에 나서고 있지요. 모든 음식은 바깥에서 탁발을 통해 얻어 오는 것으로 해결합니다.” 대비사 주지인 먀오샹(妙香) 스님의 말이다. 그는 지난해 중국의 인터넷을 뜨겁게 달군 인물이다.

중국의 일반 불교 사원들이 기복적(祈福的)인 사회 분위기에 편승해 상업적 이익만을 추구하고 있는데 반해 그는 철저한 계율에 따른 수행을 강조했고 이것이 중국인들의 큰 관심을 끌었기 때문이다. 특히 갖가지 돈벌이로 대기업체를 방불케 하는 허난성의 소림사(少林寺)와 큰 대비를 이루면서 ‘종교의 상업화’에 대한 논쟁을 촉발시키기도 했다.

대비사의 승려는 모두 43명. 절집 운영에 필요한 보조 인력까지 더하면 100명가량이 대비사에 거주한다. 이들은 ‘철저하게 계율을 지킨다(嚴持戒律)’는 취지 아래 고행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기복을 전제로 하지 않기 때문에 금전을 일절 받지 않고 있습니다. 따라서 절 안에는 신자들이 돈을 바치는 공덕상이 하나도 없지요. 철저한 수행 자세를 유지하면서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고 있습니다. 1년에 두어 차례 수행 모임을 열어 일반 참가자들에게 개방하고 있지요.” 주지 스님의 설명이다.

그는 지난 4월 수행 모임에는 전국 각지에서 신도 5000여 명이 모였고, 7월의 모임 때는 6000여 명이 참석했다고 덧붙였다.

1949년 이후의 사회주의 중국은 그동안 집권 공산당의 유물론(唯物論)과 중국 문화가 지닌 강력한 현세주의적 가치관 등으로 인해 종교의 공백지대나 다름 없었다. 정신적 가치를 추구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찾기 어려웠던 게 현실이다.

그러나 건국 60주년을 맞는 오늘날, 중국에서는 종교 열정이 서서히 살아나고 있다. 불교와 기독교·천주교 등이 중국 정부의 제한적 개방 정책에 따라 서서히 기지개를 켜고 있는 것이다.

“대도시 인근의 시골에 기독교 교회가 급속히 늘어나고 있습니다. 아마 경제적으로 고속성장을 거듭한 이면에서 느끼는 중국 사회의 정신적인 공허감을 달래려는 일반의 추세로 보여집니다.” 중국의 동북 지역에서 만난 한 공무원이 전하는 요즘 분위기다. “종교에 대해 보수적이었던 정부가 최근 웬만한 규제 사항을 모두 없앴어요. 사회적으로 종교를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정부가 이를 전향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정부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다.

중국 정부의 공식 추산에 따르면 중국 내 개신교 신자는 1600만 명. 그러나 허가를 거치지 않은 비공식 교회의 신자까지 합치면 7000만 명에 달한다는 게 중국사회과학원의 추산이다. “하얼빈시의 경우 신자가 5000명 이상이 들어설 수 있는 교회당을 가득 채우는 데 3년이 걸렸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이미 7개의 대형 교회가 들어섰고, 신자가 넘쳐 2부 예배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창춘(長春)에서 만난 한 목사는 중국 내 개신교의 빠른 발전 속도를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교회뿐만이 아니지요. 이제는 기도원도 만들어지고 신학교도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는 중국 남부에서는 정부 허가를 받지 않는 비밀 교회가 많이 활동하지만, 북부 지역에서는 정부의 허가를 거쳐 운영되는 교회가 많다고 했다.

중국의 기독교는 이제 농촌을 넘어 도시의 기업인, 전직 고위 공산당 간부도 신자로 끌어들이면서 교세를 넓히고 있다. 어느 정도 경제적 문제를 해결한 중국 공산당이 종교의 윤리·도덕적 역할에 주목하면서 생겨난 현상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선양·창춘=유광종 기자 , 사진=김경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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