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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글와글 책꾸러기] 아이들, 최승호 시인을 만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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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8면

‘와!책’ 행사에 참석한 아이들이 최승호 시인(왼쪽)의 동시 ‘도롱뇽’을 드럼 리듬에 맞춰 낭송했다. "도롱뇽 레롱뇽 미롱뇽 파롱뇽 …”을 부르며 우리말 ‘소리’의 재미를 깨쳐가는 시간이었다. [최승식 기자]

“뻔 뻔 번데기/데기 데기 번데기/나비가 될 거야 번데기/하늘을 날 거야 번데기/뻔 뻔 번데기/데기 데기 번데기…”

드럼 리듬에 맞춰 입을 크게 벌린 아이들이 목소리를 높였다. “하늘을 날 거야 번데기.” 어깨까지 들썩인다. 동시 하나가 끝날 때마다 고함이 여기저기서 튀어나온다. “또 해요.” 신나서 까르르 웃는 아이들 열기가 가을 하늘로 통통 올라간다.

16일 오후 서울 신사동 강남출판문화센터 이벤트홀. 제1회 ‘와!책(와글와글 책꾸러기)’ 마당은 아이들 세상이다. 『말놀이 동시집』 시리즈(비룡소)의 저자 최승호(55) 시인과 어린이들이 만나는 자리. 중앙일보·동원그룹 공동주최 ‘책꾸러기’ 캠페인에서 마련한 행사다. 선착순 마감으로 뽑힌 어린이와 보호자 60쌍이 행사장을 빼곡히 채웠다. 이날 주제는 ‘타악기로 즐기는 동시의 세계’. 드럼 연주자 이준혁(25)씨의 반주에 맞춰 ‘말놀이 동시’ 열한 편을 낭송했다.

이벤트홀은 행사 시작 전부터 북적댔다. 미리 『말놀이 동시집』을 챙겨온 아이들이 작가의 사인을 받기 위해 길게 줄을 늘어섰다. 오후 3시에 시작된 낮 행사였지만 함께 온 아빠들도 여럿 눈에 띄었다. 김우찬(37·경기 성남시 서현동)씨는 “아이가 좋아하는 책 작가라 좋은 경험이 되겠다 싶어 하루 휴가를 내고 데리고 왔다”고 말했다. 역시 반차를 내고 참석한 회사원 이승세(45·경기 고양시 행신동)씨는 “초등학교 2학년인 아들이 시를 좋아해서 함께 왔다”고 말했다.

최 시인은 “10월 9일이 무슨 날인지 아느냐”로 말문을 열었다. 그리고 “세종대왕이 만드신 한글은 뜻글자가 아니라 소리글자”라며 사뭇 어려운 설명을 했다. 무슨 말일까. 아이들 눈이 반짝였다. 최 시인은 “우리글은 소리 중심의 글이라 울음소리로 이름을 지은 동물이 많다”면서 “한번 맞춰보라”고 주문했다. 곧 신나는 시간이 이어졌다. “뻐꾹뻐꾹” “뻐꾸기”, “크악크악” “크악새”, “맴맴” “매미”, “쓰르람 쓰르람” “쓰르라미”, 시인과 아이들이 울음소리와 동물이름을 번갈아 외치며 흥겨워했다.

동시를 낭송하는 시간은 더욱 활기가 넘쳤다.

“우리 심장은 쿵쿵쿵쿵 뛰죠. 심장은 몸 속에 있는 북이에요. 마루 바닥도 커다란 북이죠. 발로 한번 쳐보세요.”

최 시인 말을 따라 발을 구르며 동시를 외우던 아이들은 신이 나서 몸을 흔들흔들, 절로 흥에 겨워 춤을 추기도 했다.

새로운 동시를 만들어내는 과정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소리를 반복하면 리듬이 생긴다”는 시인의 설명을 듣고서다. “타조를 타/낙타를 타/치타를 타…” “뚜기뚜기 깍뚜기/뚜기뚜기 메뚜기/뚜기뚜기 꼴뚜기/뚜기뚜기 오뚜기…”

한 시간 남짓 행사를 마칠 시간, 드럼 연주자 이씨도 즉흥 동시를 만들어 아이들과 작별 인사를 했다. “여러분 만나서 안녕안녕/친구들도 만나서 안녕안녕/우리들 이제 안녕안녕” 동시가 이렇게 쉬운 거였나. 아이들의 생각을 담을 도구로 동시가 가뿐히 추가됐다.

엄마와 함께 참석한 이건(서울 잠일초 1)군은 “‘깨비깨비 도깨비’라는 동시를 외울 때 저절로 즐거운 생각이 들었다”며 소감을 밝혔다. 김고은(경기 하안북초 3)양은 “원래 시는 약간 슬픈 느낌이 드는데 오늘 배운 시는 북 소리와 어우러져 신나는 느낌이 드는 게 참 신기했다”면서 “『말놀이 동시집』을 아직 읽지 못했는데 꼭 읽어보겠다”고 의젓하게 말했다.

행사를 준비한 동원육영재단 김은자 과장은 “아이들의 호응에 나도 깜짝 놀랐다”면서 “앞으로 그림작가·글작가 등 다양한 분야의 작가를 초청해 아이들과의 만남의 자리를 주선하겠다”고 말했다. 

이지영 기자 , 사진=최승식 기자

◆‘책꾸러기’캠페인은=‘한국판 북스타트 운동’을 표방하며 2007년 5월 중앙일보와 동원그룹(회장 김재철)이 함께 시작한 독서 캠페인이다. 만 0∼6세 어린이를 키우는 가정에 매달 한 권씩 1년 동안 열두 권의 책을 무료로 보내주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2년 4개월 동안 3만1000가정에 30만8000권의 책을 보냈다. 1년 도서구입예산 10억여원은 전액 동원육영재단이 부담한다.

대상자 선정은 이원화돼 있다. 매달 인터넷 홈페이지(www.iqeqcq.com)를 통해 사연 신청을 받아 그 중 900 가정을 뽑고, 위스타트 운동본부 등 사회복지단체의 추천을 받아 100가정을 선정한다.

‘와! 책’은 아이들의 책에 대한 흥미를 키우고 사고력을 확장시키자는 취지에서 ‘책꾸러기’ 캠페인이 마련한 작가와의 만남 행사다. 인기작가와 함께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고, 노래를 부르는 책 놀이 마당이다. 문의 동원육영재단 02-589-3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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