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 대사관에 갇혔던 새서 미국대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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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중국내 반미 (反美) 시위대에 막혀 베이징 (北京) 시내 미국대사관 안에 4일간 갇혀 지낸 제임스 새서 주중 미국대사.그는 시위가 수그러든 12일 대사관을 떠나 관저로 향하면서 외신기자들에게 당시의 긴박했던 상황을 전했다.

그를 비롯한 미국대사관 직원들이 대사관 건물에 갇힌 것은 중국대사관 피폭사실이 알려진 지난 8일 오후부터. 불과 몇시간 후 수천명의 시위대가 몰려왔고 곧바로 수만명으로 늘었다.

시위대가 던지는 돌과 화염병이 유리창을 박살냈다.

살기등등한 고함.구호소리에 밖으로 나갈 생각은 엄두도 내지 못했다.

가장 급박했던 순간은 시위가 최고조에 달했던 지난 9일. 새서 대사는 "도대체 경찰 방어선이 버텨줄 것 같지가 않았다.

만일 경찰 방어선이 무너진다면…. 두려움을 떨칠 수가 없었다" 고 회고했다.

새서는 급히 중국 외교부에 전화를 걸어 긴급 구조를 요청했지만 "당신들의 개인적인 안전은 보장하겠다" 는 원론적 답변뿐이었다.

당시 먹을 것이라곤 전투용 비상식량 (레이션) 뿐이었고 미국대사관과 1m 떨어져 창문을 마주 대하고 있는 아일랜드 대사관으로부터 초콜릿.도넛.콩 등을 공급받아 그럭저럭 버틸 수 있었다.

시위가 다소 가라앉은 후 피자를 주문해 먹을 수 있었다.

베이징 = 유상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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