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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가족사 딛고 역사적 과업 이뤄달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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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열린우리당 신기남의장이 19일 오전 당사에서 사퇴 기자회견 도중 선친의 행적에 대해 사죄하면서 머리를 숙이고 있다. (서울=연합뉴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이 선친의 일본군 헌병 복무 사실과 관련해 19일 당 의장직에서 물러났다.

신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대의를 위해 당 의장직에서 물러난다"며 "그게 당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길"이라고 밝혔다. 신의장은 또 "백의종군하면서 과거사 청산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당원 동지 여러분들도 저의 아픈 가족사를 딛고 역사적 과업을 이뤄달라"고 말했다.

다음은 신기남 열린우리장 의장의 기자회견 내용이다.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저는 오늘 담담하면서 홀가분한 심정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최근 선친과 관련된 보도를 접한 뒤 지금까지 3일간 평생 겪어 보지 못한 무겁고 심각한 고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최근의 보도를 접하기 까지 20년 전 돌아가신 선친의 행적을 자세히 몰랐습니다. 누가 말해준 적도 없었습니다.

사범학교 나와 교사로 있다가 일제 말기 군인으로 있다는 정도만 알았습니다. 헌병인지 사병인지, 언제 어디서 근무했는지도 몰랐습니다.

최근 보도를 접한 뒤 즉시 알고 있는 사실을 말하는 기자회견을 했습니다. 맹세 하건대 아는 내용을 다 말했습니다.

군복부한걸 모른다고 할 수도 있었지만 솔직히 말했습니다. 그동안 선친이 일본군에 종사한 게 마음에 부담이 됐습니다. 공인으로서 그 무엇보다 먼저 밝혀야 했겠지만 아버지 일이라 차마 입이 안 떨어졌습니다.

(그러나) 영원히 묻어둘 생각은 없었습니다. 언젠가는 밝혀질 것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미처 준비가 안돼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보도에 앞서 지난 7월 선친이 일본 경찰이었다는 주장이 나왔을 때는 참을 수 없었습니다.

인자함과 덕망. 주변에 도움을 주며 사셨고, 한국전쟁 때는 전투경찰 사령관으로 태극 무공훈장까지 받으신 분입니다. (그런 분을) 하루아침에 일제의 앞잡이로 매도하는건 참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님는 평생 저의 자랑과 존경의 대상이었습니다.

7월에 아는 것까지 솔직히 말하지 못한 것은 저의 모자람입니다. 그렇다고 거짓말쟁이로 몰아가는 것은 참을 수 없습니다.

최근 선친 관련 보도와 관련해 믿기 어려웠습니다. 앞으로 저 스스로 더 잘 알아볼 생각입니다.

그러나 지금 이 순간은 최근 사실에 대해 겸허한 마음으로 사과하고 용서를 빌겠습니다.

독립투사 여러분, 그리고 유가족 여러분.

투사 여러분들이 목숨바쳐 싸울 때 일본군 생활을 한 점에 대해 아버지를 대신해 깊이 사과드리고 용서를 구합니다.

앞으로 저는 친일 반민족 행위 진상을 밝히고, 과거사 진상을 밝히는데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민족 정기를 바로 세우기 위해 맹렬한 기세로 전력을 다하겠습니다.

민족 화합에 기여하고 그 영광을 독립 투사께 돌리겠습니다.

아버지도 기뻐하실 것입니다. 평생 부담을 떨치고 마음이 후련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역사의 진실을 밝힐 때입니다.

민주 평화 개혁 세력이 국회의 다수가 된 지금이 아니고서는 할 수 없습니다.

우리당 당원 동지 여러분.

저는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대의를 위해 당 의장직에서 물러납니다.

저 때문에 당이 겪는 어려움을 덜어드리는 길입니다.

당의 민족정기 회복 운동을 도와주는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이제 저의 아픈 가족사를 딛고 역사적 과업을 이뤄 주십시오.

대한민국을 과거사의 질곡, 국민분열에서 구해 국민통합의 미래로 이끌어 주십시오.

저 역시 백의종군하여 이 과업을 위해 모든 힘을 바치겠습니다.

저는 물러나지만 지금까지의 시스템을 통해 아직도 완성되지 않은 창당 작업을 완료시켜 주십시오.

백년 정당의 기초를 닦을 역사적 전당대회를 일치 단결해서 준비해 주십시오.

정기국회를 통해 진정한 개혁의 시대를 열어 주십시오.

저도 최선을 다해 열심히 일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준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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