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남자와 두여자 삼각관계 -영화 '포스 오브 네이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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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2면

사랑은 삶의 영원한 주제다. 슬픈 인연이든 기쁜 만남이든 사람은 사랑을 먹고 산다.

영화 '포스 오브 네이처' 도 한편의 사랑의 드라마다. 최근 개봉된 '롤라 런' 의 질풍노도같은 사랑도 아니고, '병속에 담긴 편지' 같은 중년의 '흔들림' 은 더더욱 아니다. 그저 사랑에 빠진 평범한 한 남자와 그의 인생에 끼어든 두 여자의 이야기다.

사랑을 시기하는 신의 장난이랄까. 결혼을 앞둔 주인공 사내는 제목처럼 '자연의 힘' 에 의해 그 사랑의 완전성을 수없이 시험받는다. 이 점이 이 영화의 매력이자 그 숱한 '사랑방정식' 의 또 다른 유형이다.

주인공 벤 (벤 애플렉) 은 약혼녀 브리지트 (모라 티어니) 와 전화를 걸었다 하면 곧바로 달콤한 말을 쏟아낸다.

"자기 사랑해. 사랑해!"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비행기 안에서까지 애정고백을 해댄다. 사랑에 빠진 남자의 '후안무치' 는 뻔뻔스러울 정도의 로맨틱 코미디를 연출한다.

그가 결혼식을 위해 조지아주의 사바나행 비행기에 오른다. 출발지는 뉴욕. 그런데 비행기가 활주로를 이탈하는 사고를 당하면서 사라 (산드라 블록) 라는 왈가닥 여성이 그의 인생에 끼어 든다. 마침 비행기공포증에 시달리던 그는 사라와 도로여행에 나선다. 이제부터 모든 것이 벤의 결혼식을 방해하기로 약속이나 한듯 '자연의 힘' 의 시기가 시작된다.

주변의 사람들도 만나기만 하면 결혼생활의 권태를 이야기한다. 게다가 화재.태풍.우박까지 몰아치고, 그런 자연의 변덕스런 조화는 벤과 사라를 사랑으로 엮어간다.

만일 영화가 계속 이런 식으로 가다 끝난다면 엉성하기 짝이 없을 텐데 절대 그렇지 않다.

'자연의 힘' 도 결국 순수성 앞에 굴복, 이들에게 사랑을 돌려준다. 특히 벤의 약혼녀 브리지트에 대한 묘사는 삼각관계의 엄정한 균형을 이끌어 내 로맨틱 영화의 진일보를 보여준다.

그녀는 한 남자의 품 만을 그리워하는 순정파가 아닌 '주체적인' 여성이다. 관객들은 벤과 사라가 엮는 로드무비의 달콤함에 취해 사라를 택하지 못하는 벤을 원망할 것이다. 그럼 브리지트는 어쩌랴. 그러나 영화는 관객들에게 누구를 선택하도록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통속을 극복한다.

이런 감성의 영화는 역시 여성의 섬세한 손길로 빚어야 제맛인가보다. 연출은 CF감독 출신의 여성감독 브로넨 휴즈가 맡았다. 역시 로맨틱 코미디 '당신이 잠든 사이에' 에 출연했던 산드라 블록은 자유분방하면서도 남편에 짓눌려 사는 사라 역을 잘 소화한다. 22일 개봉.

정재왈 기자

작품성★★★ 오락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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