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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모여 책읽는 '경영자 독서모임' 화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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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지난달 26일 오후 8시 서울중구 백병원 강당. 50여명의 청중들이 강사의 말 하나하나에 바싹 귀를 기울이고 있다.

대학 강의실보다 더 진지해 보인다.

95년부터 매주 월요일 열리는 산업정책연구원 (원장 申哲昊.성신여대 교수) 의 '경영자 독서모임' 모습이다.

'선진국 최고경영자들은 한해 30권 이상 경제 관련 책을 읽는다.

한국의 경영자들은 어떤가' . 이 모임은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탄생했다.

모임은 우수도서를 선정, 저자를 초청해 책 출간배경.저자의 사상 등을 들은 뒤 토론을 벌인다.

오후 7시에서 9시까지 두시간. 참석자들은 선정된 책을 미리 읽고 와야 하며 저자와 참석자들 사이에 토론이 벌어지면 2시간을 넘기기 일쑤다.

모임에 빠짐없이 참석하는 신평재 교보증권 상임감사의 말. "올 때마다 목마른 데를 흠뻑 적시는 기분입니다.

절실히 뭘 알려고 오기 때문에 조는 사람 하나 볼 수 없어요. 강의내용이 시원찮으면 공격적인 질문에 저자들도 진땀을 빼지요. " 출석회원은 모두 48명. 손길승 SK그룹 회장.황두연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 (KOTRA) 대표이사 등 대부분 기업체 임원들이다.

5년간 한번 이상 참석한 회원을 따지면 2백명이 넘는다.

정몽헌 현대그룹 회장.최태원 SK㈜ 회장은 강의 테이프를 받아보는 통신회원 49명에 들어 있다.

그동안 이 모임에 초청된 저자는 1백여명. 조순 한나라당 명예총재,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 이홍구 주미대사, 이규호 전 문교부장관, 정몽준 대한축구협회장, 송병락 서울대 부총장, 정운찬 서울대 교수 등. 올해도 유명저자의 강의가 줄을 잇고 있다.

IMF상황 초 '한국에 제2의 위기가 다가오고 있다' 로 큰 관심을 끌었던 자딘 플레밍 증권의 스티븐 마빈, '질라래비 훨훨' 의 남궁석 정보통신부장관 등 올해 9월 중순까지 15명의 저자가 차례를 기다리고 있다.

책도 경제에 한정되지 않는다.

최영미 시인의 '시대의 우울' , 김우전 광복회부회장의 '김구선생의 삶을 따라서' , 서울대 최재천 생물학 교수의 '개미제국의 발견' 등 사회.문화.과학분야도 들어 있다.

신철호 원장은 "경영자들이 21세기에 필요한 창조적 비전을 갖는 데 독서모임이 적잖은 도움을 줄 것" 이라고 말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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