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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대응책 시급한 컴퓨터 음란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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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지난 5일 앨 고어 미국 부통령은 미국내 15개 유력 인터넷 서비스 회사가 청소년들의 음란 폭력정보 접근을 봉쇄할 수 있는 장치를 개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발표했다.

이로써 미국 인터넷 서비스 비중의 95%를 차지하는 회사들이 청소년들의 인터넷 음란 폭력 사이트 접근을 제한하는 획기적인 전기를 맞이하게 됐다.

이러한 미국 정부의 음란 폭력정보에 대한 끈질긴 대응노력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 정부는 95년 4월 정보통신윤리위원회를 발족하고 음란정보 유포자를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원 이하의 벌금으로 처벌할 수 있는 정보전기통신기본법 벌칙을 신설, 음란 폭력정보에 대응하고 있다.

하지만 아직도 우리의 현실은 불건전 정보에 대해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으며 청소년의 접근을 제한할 체계를 갖추지 못하고 있고 이를 반영한 정책의 개발도 미흡한 실정이다.

우리 청소년들이 집중적으로 관심을 보이고 있고 악영향을 받고 있는 것은 당연히 컴퓨터 음란물이다.

92년 여자 중학생 자살사건, 95년 남자중학생 자살 사건, 98년 부부교환 섹스클럽 사건, 98년 통신 윤락조직 사건 등 사회적으로 문제가 된 사건의 이면에는 항상 컴퓨터 음란물이 그 원인이 되고 있다.

여러 기관의 조사에 따르면 청소년들의 70% 내외가 컴퓨터 음란물을 접촉했다고 밝히고 있는데 그것은 청소년 4명당 3명이 컴퓨터를 보유하고 있는 컴퓨터 보급률 통계와 일치하고 있다.

이는 컴퓨터 음란물이 이제 청소년 모두의 문제임을 나타내고 있다.

더욱이 음란정보 전파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청소년은 집안환경이 좋은 우등생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충격을 더해주고 있다.

우리나라 청소년의 경우에는 음란 폭력정보를 친구를 통해 입수하는 비율이 50% 이상을 차지하고 국내 PC통신.인터넷.컴퓨터상가 등이 유해정보 접근의 창구 역할을 하고 있다.

따라서 이제는 우리 실정에 맞는 음란 폭력정보 차단방법의 개발이 필요한 것이다.

컴퓨터 음란물과 관련돼 검거된 청소년들을 보면 죄의식이 없고 자신들의 행위가 범죄행위인지 모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이러한 음란물 대응에 가장 큰 역할은 자녀 곁에 있는 시간이 많은 부모에게 있다.

부모는 우선 다른아이는 문제가 되어도 우리 아이는 문제가 없다는 맹목적인 믿음에서 벗어나야 한다.

부모가 컴퓨터 음란물에서 자녀를 보호하는 방법의 최우선은 제대로 된 성 교육이다.

자녀가 컴퓨터 음란물을 보더라도 좋고 나쁨을 판별할 수 있다면 그 악영향에서 멀어질 수 있다.

컴퓨터 음란물은 자의반 타의반 언제나 접촉 가능하므로 무조건적인 차단 노력은 미봉책에 불과하다.

따라서 자녀들 스스로 자신을 통제할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외에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도록 지도해야 한다.

한편 컴퓨터 음란 폭력정보에 대한 우리 기업의 대응을 보면 기업윤리의 부재를 절실히 느끼게 된다.

미국의 아메리카온라인 (AOL) 은 대화방에서 27세 성인이 소년을 유괴해 성적으로 학대한 사건으로 94년 소년의 부모로부터 소송을 당해 승소하고서도 청소년들의 음란물 접근을 막기 위해 음란물 차단 소프트웨어를 회원들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등 노력을 다했다.

그런데 우리의 정보통신 관련 컴퓨터 제조회사, PC통신 회사, 인터넷 서비스 회사의 대응은 정보통신의 긍정적인 면만 강조할 뿐 음란 폭력정보의 문제성에 대해서는 함구하고 있다.

정부의 노력 역시 기업의 경우와 그다지 다르지 않다.

정부 차원의 음란 폭력정보 차단 노력은 검찰과 경찰의 단속과 정보통신윤리위원회의 심의, 홍보 활동이 있었다.

그러나 검찰과 경찰의 단속은 일과성 행사라는 비판과 처벌 정도가 미미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지난 봄 전국을 떠들썩하게 했던 'O' 양 비디오는 컴퓨터 음란물의 기하급수적인 확산을 보여주는 전형이었고 검찰의 컴퓨터 음란물 근절을 결심하게 하는 기여를 했다.

정보통신윤리위원회는 그동안 컴퓨터 음란물 및 불건전 정보의 확산을 막아야 할 국가 대표기구로서 불건전 정보에 대한 대국민 홍보 노력을 지속해 왔다.

그러나 컴퓨터 음란물 등 불건전 정보에 대한 일반의 인식은 크게 달라진 바가 없다.

이제는 일반인과 청소년들의 유해정보에 대한 인식 전환을 가져올 수 있는 방법의 개발이 절실하고 현재 활동 중인 몇 안되는 컴퓨터 음란물 대응기관 및 업체가 적극적인 리더십을 보여야 할 때다.

어기준 한국컴퓨터생활연구소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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