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불짜리 美유령채권 사기조심…공항서 적발 잇따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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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金모 (41) 변호사가 지난 3일 오후 김포공항을 통해 10억달러 (약 1조2천억원) 어치의 미 재무부 채권을 갖고 출국하려다 적발된데 이어 김포세관이 4일 같은 종류의 채권을 밀반입하려던 徐모 (63) 씨를 적발, 검찰에 고발했다고

발표해 이 채권의 실체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세관 측은 문제의 채권이 동남아에서 위조돼 국제적으로 암암리에 유통되는 위조 채권의 일부라고 밝혔다.

최근 이 채권의 진위여부를 조회하던 중 미 재무부 인터넷홈페이지 (www.publicdebt.treas.gov)에 개설된 공채국의 채권위조 및 사기정보 사이트를 통해 위조사실을 확인했다는 것이다.

미 재무부 인터넷에 따르면 ▶위조채권의 발행연도인 지난 35년엔 발행기관인 '워싱턴뱅크 오브 아메리카' 가 존재하지 않았고 ▶미 재무부를 뜻하는 'THE MINISTRY OF FINANCE OF U.S.A' 도 진짜 채권에는 'MINISTRY' 대신 'DEPARTMENT' 로 표기돼 있다.

또 미 재무부 채권은 일련번호를 사용한 전례가 없음에도 이 채권엔 일련번호가 있고 채권 왼쪽 상단 조지워싱턴 대통령 초상은 1달러 지폐에서 위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채권 하단에 표시된 재무장관 헨리 모겐소 서명도 80년대 레이건 정부의 재무장관 도널드 리건의 서명을 그대로 도용했다.

미 재무부는 특히 위조범들이 30~40년대 미 중앙정보국 (CIA) 이 중국 공산당과 전쟁 중이던 국민당 장제스 (蔣介石) 를 돕기 위해 발행됐던 것으로 최근 후손들이 동굴 속에서 찾아낸 것이라 주장하지만 이는 모두 거짓이라고 주의를 당부했다.

김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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