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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 명곡20] 10. 바버 '현을 위한 아다지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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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모더니즘의 유행에 휩쓸리지 않고 자기 나름대로의 스타일을 구축해 나간 미국 작곡가 새뮤얼 바버 (1910~81) .풍부한 선율과 서정성 넘치는 작품들을 발표해 '우리시대의 브람스' '미국의 벤자민 브리튼' 으로 불리는 그는 196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단이 링컨센터로 무대를 옮긴 후 오프닝 공연에서 초연한 오페라 '안토니우스와 클레오파트라' 의 작곡자다.

커티스 음악원을 졸업한 후 '현악4중주 제1번' (1936년) 로 미국 로마대상을 수상한 그는 지휘자 아르투르 토스카니니로부터 이 곡의 2악장을 현악합주용으로 편곡해 보라는 권유를 받고 로마에서 '현 (絃) 을 위한 아다지오' (1938년) 를 완성했다.

나중에 원곡보다 더 유명해진 이 작품은 바버의 출세작이자 토스카니니가 최초로 연주한 미국 음악이다.

1938년 11월 뉴욕서 토스카니니가 이끄는 NBC교향악단이 초연했다.

96년 영국 클래식FM 청취자들이 뽑은 클래식 톱100에서 16위에 올랐으며 루스벨트 (45년) 대통령에 이어 케네디 대통령 (63년) , 모나코 그레이스 공주 (82년) 의 장례식에서 연주된 것으로도 유명하다.

물론 81년 작곡자 자신의 장례식에서도 연주됐다.

어둠 속에서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는 흐느끼는 화음과 엄숙한 선율이 비통함과 추모의 분위기에 잘 어울린다.

마치 시냇물이 흘러 큰 강물을 이루듯 애잔한 바이올린 선율로 시작해 점점 깊이와 폭을 더해가는 선율의 물줄기는 클라이맥스를 향해 줄달음치는 긴 호흡으로 듣는 이에게 긴장감을 더해준다.

데이비드 린치 감독의 영화 '엘리펀트 맨' (80년)에 삽입됐고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 '플래툰' (86년)에서는 베트남전의 참상을 고발하는 처절한 마지막 장면에 흐른다.

67년 바버는 이 곡에 '아뉴스 데이 (신의 어린 양)' 의 가사를 붙여 무반주 혼성합창곡으로 편곡했다.

이 합창 버전은 영화 '로렌조 오일' 에 흐른다.

◇ 추천음반 = ▶샤를 뮌슈, 보스턴심포니 (RCA) ▶번스타인, LA필하모닉 (DG) ▶네빌 마리너, 세인트 마틴 인더 필스 (아르고) ▶합창버전 '아뉴스 데이' , 코리돈 싱어스 (하이페리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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