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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허청, 26일부터 대전청사서 국산1호 실물공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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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활명수에서 인공위성까지. ' 기술의 역사는 시쳇말로 '벤처' 의 역사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는다. 활명수와 인공위성, 그 세월의 간극은 1백년이 넘지만 아이디어와 기술개발을 중시하는 정신만큼은 예나 지금이나 다를 바 없다.

특허청은 19일 발명의 날을 맞아 20세기 우리 기술의 발달을 생생히 보여주는 각종 물품 1백10여 점을 일반에게 공개할 계획이다. 이중에는 희귀한 국산품 1호도 30여 점이나 선보인다.

공개 물품 중 가장 오래된 것은 활명수. 1910년 생산된 제품으로 빛바랜 상표에서 세월의 깊이를 실감할 수 있다. 활명수를 개발한 사람은 1897년 궁중에 있던 민병호. 그는 궁중에서 소화불량때 달여먹던 탕약이 효과는 좋으나 불편한 점에 착안, 병에 넣어 대량으로 보급하는 방법을 개발했다. 발매 1백주년이 넘는 국내 최장수 의약품은 어찌 보면 이렇게 간단한 아이디어에서 비롯된 것이다.

오늘의 두산그룹을 있게 한 '박가분' (朴家粉.1916년) 도 눈길을 끈다. 예나 지금이나 '예뻐지고 싶은' 여성들의 마음에 호소한 국내 최초의 관허 화장품이자, 화장품 가운데 최초로 신문광고를 낸 것으로도 유명하다.

국산품 1호의 목록은 195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생활용품수준에 머무른다. 남성 화장품의 대명사였던 'ABC포마드' (51년) , '럭키치약.칫솔' (54년) '에비오제' 와 '원기소' (56년)가 모두 이런 예. 또 50년대는 검정 고무신의 인기 몰이가 시작되는 등 화학공업이 태동하는 시기이기도 하다.

현대 과학기술은 60년대 급피치를 올린다. '금성흑백TV' (66년)가 안방문화를 장악하더니 육종학의 발달은 '통일벼' (74년) 를 낳기에 이르렀다. SKC의 폴리에스터 필름 (77년) 은 정밀석유화학산업을 꽃피우게 된다.

과학기술에 '첨단' 이란 말을 붙일 수 있게된 것은 80년대 들어서서다. 최초의 국산전차인 '88전차K - 1' (85년) 등장하고 삼성이 반도체를 만지기 시작하더니 64메가D램 (92년) 이 세계 최초로 개발돼 국제 시장을 주름잡기 시작했다.

특허청의 이번 물품 공개는 실물 공개가 원칙. 잠수함.LNG선 등은 모형이 전시된다. 26일 일반에게 공개될 예정이며 장소는 정부대전청사에 새로 마련되는 '발명인의 전당' .이 곳에는 국산품 1호 외에도 우리 역사의 위대한 창조인, 삼국.고려.조선시대의 발명품, 상표 변천사 등 다양한 전시물이 함께 선을 보일 예정이다. 042 - 481 - 5886.

대전 = 김창엽 기자

[전시회 실무책임 선종철 반장]

"국산품 1호 전시는 우리의 산업사와 생활사.기술사를 한눈에 보여드릴 것입니다. 과거에 대한 향수는 물론 치열한 국제 경쟁시대에 기술 개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닫는 기회도 될 것이고요. "

특허청 선종철 (宣鍾哲) 지식재산대약진 추진반장은 "선진국 시각으로 보면 한국의 연구개발이 부족한 대목도 없지 않지만, 우리도 최근 부분적으로나마 비약적인 기술발달을 일궈냈다" 고 말했다.

宣반장이 반원 3명과 함께 국산품 1호 등을 찾아 전국을 뒤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8월부터. '기업 보물 1호' 라며 빌려주기를 꺼리는 기업을 설득하고 개인소장가를 찾아내느라 출장 길만도 1만㎞를 훌쩍 넘겼을 정도였다.

한 공기업은 끝내 반출이 불가능하다며 거부하기도 했다.

특허청은 일단 1년여 동안 주요 국산 발명품을 전시할 계획. 그러나 관람객의 호응이 크면 아예 구매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물품들을 찾아다니다 보니 상대적으로 기업에는 '보존문화' 가 다소 뒤진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첫 상품이니 의례 잘 보관하고 있겠지 생각하고 방문해보면 허탕치는 수도 많았거든요. " 宣반장은 "발명 중시의 기업풍토가 아직 정착되지 않은 점이 아쉬웠다" 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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