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링필드 주역 보호감호소장 두크 기독교인으로 변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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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캄보디아 크메르 루주 정권 당시 비밀경찰국장 겸 보안감호소장이 기독교인으로 변신, 국제구호활동까지 벌여온 것으로 밝혀졌다.

20년만에 공개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그는 국제재판에도 기꺼이 나설 뜻을 밝혀 '킬링필드' 의 주범 크메르 루주 전 지도부에 대한 국제재판 회부논란이 다시 뜨거워지고 있다.

현재 캄보디아의 태국 국경지대에 살고 있는 캉 켁 이우 (56) 는 파 이스트 이코노믹 리뷰지 (誌) 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이 지난 75~79년 악명 높은 투올 슬렝 보안감호소장 '두크' 였다고 토로했다.

당시 이곳에 들어간 1만6천여명의 캄보디아인 중 생존자는 7명. 크메르 루주 정권 붕괴와 함께 두크는 실종됐고 이후 사망한 것으로 추정돼 왔다.

그러나 그가 그동안 신원을 감춘 채 국제구호단체에 참여해 온 사실이 밝혀진 것. 그는 "너무 많은 죄를 저질렀다. 이제 그 결과를 달게 받겠다" 고 참회했다.

그의 출현으로 캄보디아의 훈 센 총리 정권은 다시 한번 국내외의 거센 압력에 놓이게 됐다.

미국 등 서방국가들과 인권단체들은 크메르 루주의 약 1백70만명에 이르는 양민학살행위를 인류에 대한 범죄로 간주, 국제재판을 통해 심판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그러나 훈 센 총리와 크메르 루주 정권에 협력했던 캄보디아의 현 정치인 및 일부 국민들은 필요할 경우 국내재판만 하면 된다며 국제재판 회부를 거부해 왔다.

현재 크메르 루주군의 전 최고지도부 중 지난 3월 체포된 강경파 타 목만이 수감 중이다.

지난해 투항한 키우 삼판 등은 정부 보호 속에 캄보디아 서부에 은거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재판이 이뤄질 경우 두크는 그들의 학살지시를 확인할 중요한 증인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당시 킬링필드 피해자 및 가족들은 두크의 생존소식에 놀라움을 표시하며 참회 주장에 대해서는 의구심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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