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부 '3D분야' 시민운동하는 김홍규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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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시민단체 활동분야 중에서도 가장 어렵다고 하는 '3D분야 (?)' - 힘없는 사람들의 '고충 해결사' 역할 - 를 고집하는 이색인물이 있다.

97년 4월 결성된 '억울한 사람들의 모임 (약칭 억사모)' 회장 김홍규 (金弘奎.47) 씨. "천성이지요. 억울하고 부당한 꼴을 보면 그냥 넘어가지 못하니까요. " 金씨는 법적인 처리절차를 알려주거나 4명의 고문변호사에게 법률상담도 청한다.

언론에 알려 도와주기도 한다.

지난해 4월부터는 자금난으로 사무실을 폐쇄한 채 집에서 전화로 상담을 받고 있다.

최근 경기도 의정부시민들이 '억사모 돕기운동' 에 나서 사무실 마련해주기 및 후원금 지원운동을 벌이고 있다.

그가 시민운동에 뛰어들게 된 것은 고교를 마치고 72년부터 전국을 전전하며 음악다방에서 디스크 자키를 하면서다.

다방을 찾아오는 가출청소년들과 많은 이야기를 나누면서 자연스럽게 이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어려서부터 '의리의 사나이' 로 통했던 金씨는 거리를 떠돌다 사창가로 팔려가는 소녀들을 위험을 무릅쓰고 수십명 구출했다.

그 이후 17년간 가출소녀들을 밤을 새워가며 설득해 부모의 품으로 돌려보내는 일을 남몰래 해왔다.

89년 드디어 그는 DJ일도 청산하고 시민운동에 본격 뛰어들었다.

처음 손댄 일은 '인신매매퇴치 및 실종자 찾아주기운동' .본부장을 맡아 모임 결성을 주도했다.

4년여에 걸쳐 전국을 돌며 3백60여명의 인신매매 및 실종청소년을 찾아주는 개가를 올렸다.

이후 청소년약물퇴치운동.가출청소년찾아주기운동 등의 모임도 결성해 '무법지대의 보안관' 이란 칭호를 얻었다.

최근들어 건강이 부쩍 나빠진 그는 지난97년 고향인 의정부로 돌아와 억사모를 창설,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인신매매범과 사창가의 포주.조직폭력배들의 공갈과 협박에 시달리기 일쑤였지만 한번도 인신매매된 소녀를 놔두고 물러선 적이 없었다" 는 金씨는 "억울한 일을 당하는 사람이 없어져 더이상 할일이 사라지는 그날이 오기만을 기다린다" 며 너털웃음을 터뜨렸다.

그는 89년부터 KBS.MBC.SBS등 3개 방송국측의 요청에 따라 시사뉴스의 보도항목을 개발하고 현장제작에 참여하는 '프리랜서 현장코디' 로 뛰며 생계를 유지하고 있다.

金씨는 뜻있는 주민들의 모임 참여를 기다리고 있다.

0351 - 879 - 3344.

전익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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