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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 백신 효능.안전성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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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전국적으로 볼거리 환자가 크게 늘고 있는 가운데 볼거리 예방을 위해 접종하는 MMR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보건복지부는 최근 제주도 일대를 중심으로 볼거리가 유행 중이며 지난 1~3월 2백84명의 환자가 발생, 작년 같은 기간보다 3배 가까이 늘었다고 밝혔다.

연초부터 환자가 급증하고 있는 올해는 특히 볼거리 유행에 각별히 주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아 전국 병.의원과 보건소에서 접종 중인 MMR백신이 선진국에서 잇따라 취소판정을 받은 것. 싱가포르정부는 최근 자국에서 팔고 있는 루비니 MMR백신의 볼거리 예방효과가 떨어진다며 5월 3일부터 허가를 취소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싱가포르 보건부 약정국은 "91~98년 싱가포르 주민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볼거리 환자의 60%가 루비니 MMR백신을 접종한 사람들이었으며 스위스 제네바에서 발표된 백신의 효과연구결과도 루비니 백신의 볼거리 예방효과는 8.3%에 불과했다" 고 밝혔다.

MMR백신은 원료로 사용하는 볼거리 바이러스의 종류에 따라 세계적으로 10여 개의 제품이 있으며 우리 나라엔 미국.일본.스위스 등으로부터 4~5종의 MMR백신이 수입되어 팔리고 있다.

싱가포르에서 허가가 취소된 루비니는 국내제약업체인 J사가 스위스 B사가 제조한 원료를 수입해 판매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루비니 백신이 안전성은 뛰어나지만 백신원료로 사용하는 바이러스의 독성을 지나치게 낮춰 실제 볼거리를 예방할 수 있는 효과는 낮다는 연구결과가 잇따르고 있다" 고 지적했다.

세계보건기구도 루비니 백신의 예방효과가 다른 제품보다 낮다는 점을 인정하고 있다.

미국.일본.독일 등 많은 선진국이 루비니 MMR백신에 대해 시판허가를 내리지 않는 것도 같은 이유라는 것. 루비니 MMR백신이 효능을 둘러싸고 논란을 빚고 있는데 비해 우라베 MMR백신은 부작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드물지만 예방접종을 맞은 어린이에게 무균성 뇌수막염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92년 영국.캐나다.스페인 등 대부분의 선진국은 물론 우라베 백신을 처음 개발한 일본에서도 시판허가가 취소됐다.

그러나 우리 나라에선 값이 싸다는 이유로 보건소가 무료접종하는 백신의 대부분을 우라베 백신으로 사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당국은 "94년 6개월 동안 전국 1백여개 병.의원을 대상으로 우라베 백신접종 후 무균성 뇌수막염이 발생했는지를 조사했으나 단 1건도 발견되지 않았다" 는 것을 이유로 들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당시 조사가 의사들의 자발적 보고에만 의존하도록 되어있어 실제 무균성 뇌수막염 환자가 발생했어도 누락되었을 가능성이 많다" 고 비판했다.

이런 백신의 효능과 안전성 논란에 대해 순천향병원 소아과 김창휘 (金彰煇) 교수는 "문제가 되고 있는 백신에 대해 허가취소 등 강경한 조치를 취하기엔 아직 학문적 증거가 부족한 상태" 라고 말했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현재 문제가 되고 있는 MMR백신의 효능과 안전성에 대한 조사를 실시 중"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선진국에서 백신 시판중지가 잇따르고 국내 볼거리 환자는 갈수록 늘고 있음에도 아직까지 제대로 된 조사결과가 없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영동세브란스병원 소아과 손영모 (孫英模) 교수는 "MMR백신의 종류에 따라 각각 접종한 사람들을 대상으로 효과와 부작용을 관찰함으로써 시비를 가릴 수 있는 연구가 있어야 한다" 고 강조했다.

◇ 볼거리 = 15세 이하에서 흔히 발생하는 바이러스성 질환. 귀 아래 뺨이 붓고 아픈 증상을 보이며 감염자의 침과 같은 신체 분비물을 통해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MMR백신은 볼거리와 함께 홍역과 풍진까지 예방할 수 있도록 제조된 것. 12~15개월, 4~6세에 두 차례 접종하는 것이 원칙이다.

현재 국내에서는 6개 업체에서 루비니.우라베.호시노.제릴린의 4가지 원료를 수입해 시판 중이다.

우라베나 호시노는 부작용 때문에 대부분의 선진국에서 허가가 취소됐으며 루비니는 이탈리아.볼리비아 등 20여개국, 제릴린은 미국.일본.프랑스.독일 등 60여 개국에서 시판 중이다.

홍혜걸 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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