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에 멍든 캠퍼스…서울대, 손해배상 청구 방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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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만약 당신 아들이 공부하는 도서관이라도 이렇게 마구 들어갈거요?" 25일 오후 8시쯤 서울대 도서관 주변에선 경찰 진입을 피해 도서관으로 들어가려는 1천여명의 서울지하철 노조원들과 이를 막는 도서관 직원들 사이에 승강이가 끊이질 않았다.

직원들은 "내일 아침이면 학생들이 공부하러 올텐데 이러지 말라" 며 호소했으나 노조원들은 막무가내로 계속 몰려 들어갔다.

노조원들의 농성을 지원하던 서울대 총학생회측도 예상치 못한 도서관 진입에 당황하는 모습이었다.

대학측의 강력한 항의로 결국 26일 오전 1시쯤 노조원들이 도서관에서 물러나긴 했지만 직원들은 "언제 또 이런 일이 벌어질지 모르겠다" 며 한숨을 내쉬었다.

서울지하철 노조원들의 파업농성이 8일째 계속되면서 서울대 캠퍼스가 만신창이가 되고 있다.

특히 25일 저녁 경찰병력 일부가 서울대 교내에 진입하면서 사수대가 화염병을 던지고 바리케이드에 불을 붙이는 등 격렬한 저항을 벌여 깨진 병과 불탄 쓰레기 더미 등으로 정문이 엉망이 됐다.

또 노조원과 학생들이 투석전에 대비, 보도블록 1백20㎡를 깨놓는 바람에 교내 곳곳이 시뻘건 벽돌가루로 뒤덮여 흉물스럽기 그지없다.

서울대의 명물이었던 버들골 잔디밭의 훼손도 심각한 수준. 노조원들이 텐트를 치고 장기간 노숙을 하는 통에 잔디밭 1천여평이 망가져 1천4백만원 상당의 재산피해 (학교측 추산) 를 냈다.

노조원들의 취침 장소로 이용되는 학생회관도 책.걸상 등이 바리케이드로 사용되는 바람에 파손된 기물이 상당수다.

서울대 관계자는 "현재까지 발생한 2천여만원의 재산피해에 대해 노조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교내 면학분위기 훼손. 지난주 1주일 동안 중간고사 기간 중 계속된 소음에 시달려야 했고 25일 밤에도 도서관에서 공부하던 2백여명의 학생들이 노조원들이 진입하는 바람에 서둘러 짐을 꾸려야 했다.

인문대 2학년 李모 (20) 군은 "다른 것은 다 이해한다 해도 도서관까지 농성장소로 이용하려는 것은 해도 너무한 것 아니냐" 며 강한 불만을 나타냈다.

고려대도 25일 오후 8시 한국통신 노조원 2천여명이 갑작스레 진입, 대형스피커를 틀어놓고 집회를 열어 중간고사 기간의 학생들이 큰 불편을 겪어야 했고 직원들도 새벽부터 노조원들이 남기고 떠난 쓰레기 더미를 치우느라 애를 먹었다.

이처럼 서울에서 외부인이 대학측의 허락을 받지 않고 불법으로 대학구내에서 집회를 연 것은 올들어 벌써 20여건. 민주노총에서 5월 총파업 투쟁을 예고한 마당에 신성한 학문의 전당이 또 한번 외부집회로 북새통을 치러야 할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김정하.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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