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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이젠 풀고 정상화하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한국통신 노동조합이 어제 극적으로 파업을 유보하고 국민의료보험노조도 파업에 불참키로 한 데다 서울지하철도 운행 정상화로 가닥을 잡아나가면서 노동계의 파업사태가 진정양상을 보이고 있다.

우리는 이를 다행스럽게 여기면서 노사정 (勞使政) 3자가 이 싹을 소중히 살려 이른바 5월 대란설 (大亂說) 을 슬기롭게 넘기는 전기로 삼기를 간절히 바란다.

이는 현 노동불안이 미칠 외국인투자와 대외신인도의 마이너스효과라는 단순한 경제적 차원을 넘어 현재의 혼란이 계속된다면 국민 다수가 그동안 고통을 감내하며 경제위기 극복에 애써 보여 온 인내가 한계에 부닥치리라 보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사태의 원만한 수습을 위해 먼저 노동계가 한국통신노조의 파업유보의 의미를 심각히 반추해 현재까지의 사태진전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본다.

사실 서울지하철노조가 준법투쟁을 할 때부터 시민들이 격렬한 항의를 벌였고 파업이 시작된 이후 파업에 대한 시민들의 거부감은 완강했다.

이는 최근 서울시가 갤럽을 통한 지하철파업 의견조사에서 서울시민의 70% 가까이가 파업에 반대하고 93%가 선 (先) 복귀 후 (後) 타협을 요구한 데서도 드러나고 있다.

여기에 한국통신노조는 특히 지난해 구조조정을 많이 해 단위노조 입장에선 파업쟁점이 약한 편이었다.

이런 상황에 민주노총은 전위대로 한국통신을 연대투쟁에 끌어넣었고 하루만에 차질을 빚은 것이다.

이를 전술적 실수로 판단할 수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그만큼 노조에 대한 국민의 지지기반을 잃는 일이 됐음을 부인하기 힘들다.

물론 노동계가 환란 이후 구조조정의 와중에서 상대적으로 고통의 많은 부분을 떠안아 왔음을 모르는 국민은 드물다.

그러나 적절치 못한 상황에서 국민의 지지도 취약한 가운데 투쟁을 강화한다면 현실적 요구를 쟁취하기도 어려우며 장기적으로도 노동계의 위상저해를 가져오기 십상이다.

그런 점에서 노동계는 이 시점에서 대승적 결단이 필요하며 '무엇이 크게 얻는 방안인가' 를 심사숙고해 행동에 옮겨야 한다.

아울러 사용자측도 사태 해결에 기여할 자기몫을 적극 찾고 수행해야 한다.

노사정위를 복원하는 문제나 5대재벌의 구조조정계획에 따른 노 (勞) 측과의 긴밀한 협의 등은 사용자측이 할 일이다.

중요한 것은 역시 정부의 태도로 정부는 우선 언명대로 파업에 대해선 철저한 법적 대응자세를 잃지 않아야 한다.

당연히 이제는 같은 잣대를 사용자측에도 엄정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

한순간만 넘기면 안도하고 잃어버리는 태도여서는 곤란하다.

언제까지 우리가 벼랑끝 줄타기를 할 수는 없다.

이제야말로 노사정 3자가 각자 자기 일을 다하면서 서로에게 한걸음씩 더 가까이 다가가는 자세로 문제를 풀고 정상화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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