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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게 보기 현대 사진의 시작 … ‘20세기 사진의 거장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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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6면

시선의 각도와 흐름에 따라 세상은 다르게 표현된다. 파리를 거쳐간 수많은 예술가들이 있었지만 노트르담 성당의 한 조각상, 그것도 악마상으로 불리는 조각의 시선을 화면의 중심에 놓기는 힘들었다. 사진 기술의 발달, 자유로운 실험정신이 이를 가능하게 했다. 로저 패리의 ‘파리 노트르담 성당’(1945). [‘지엔씨미디어’ 제공]

20세기 초반 세계 예술의 수도였던 프랑스 파리. 수많은 예술작품이 이곳을 무대로 탄생했지만, 당시 새롭게 등장한 장르였던 사진만큼 도시 이미지를 강렬하고 파격적으로 포착해내지는 못했다. 사진 기술의 발달과 자유로운 시선의 실험 정신이 이를 뒷받침했다.

예컨대 로저 패리(1905~77)의 ‘파리 노트르담 성당’을 보자. 작가는 노트르담 성당의 한 조각상, 그것도 악마상으로 불리는 조각의 시선으로 파리를 바라보게 한다. 관광객의 단순 눈높이와는 확연히 구별되는, 또 하나의 시선이 가능함을 알게 하는 걸작이다. 이같은 시선의 확대는 이후 수많은 매체에 의해 재생산된다. 앞서 보고, 다르게 보는 전위예술의 힘이다.

‘20세기 사진의 거장전-파리 아방가르드, 빛의 세기를 열다’는 새로운 예술의 힘을 감상할 수 있는 사진 기획전이다. 1920~40년대 파리에서 활동했던 사진작가 17명의 걸작을 포함해 모두 176점이 전시된다.

앙드레 케르테츠·브랏사이(쥴러 할라츠)·만 레이·드니즈 콜롱·마르셀 보비·에두아르 부바·프랑수아 콜라·로베르 두아노 등 당대의 거장들과 사진 전문 스튜디오 ‘아르쿠르’의 작품들이 포함된다.

프랑스 문화통신부 산하기관인 ‘건축문화유산 미디어테크’에 소장돼 있는 10만여 장의 자료사진 가운데서 고른 작품이다. 전시총감독을 맡은 사진심리학자 신수진 박사가 엄선했다. 사진이 어떤 실험을 거쳐 20세기를 자신의 시대로 만들어갔는지를 살펴볼 수 있게 한다.

배영대 기자

▶‘20세기 사진의 거장전-파리 아방가르드, 빛의 세기를 열다’전=9월 10일~10월 29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디자인미술관 제1전시실.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02-325-10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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